이다연의 우승 주문 “쫄지 말고 대충 쏴”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0:03

업데이트 2021.08.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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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다연이 29일 끝난 한화 클래식에서 1년 8개월 만에 우승했다. [사진 KLPGA]

이다연이 29일 끝난 한화 클래식에서 1년 8개월 만에 우승했다. [사진 KLPGA]

이다연(24)은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중에서 강인한 골퍼로 꼽힌다. 키(1m57㎝)가 작은 그는 아마추어 시절 드라이버 입스(특정 동작에 대한 불안 증세)로 고생했다. 프로 입문 후에는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는 25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샷을 펑펑 날렸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2017시즌부터 매 시즌 우승해왔다. ‘작은 거인’이란 별칭이 금세 따라붙었다.

이다연은 29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로 최혜진(22·12언더파)을 7타 차로 따돌렸다. 강한 줄만 알았던 이다연이 1년 8개월 만에 우승한 뒤 눈물을 흘렸다. 우승 상금은 2억5200만원. 한화 클래식은 국내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총상금(14억원)이 가장 많다.

이다연은 2019년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 이후 개인 통산 6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메이저 대회에선 2019년 한국여자오픈 이후 두 번째 우승이었다. 늘 생글생글 웃는 그는 이날 “그동안 잘하고 싶은 부담이 컸다. 가족들이 함께 마음고생을 많이 나눴다. 우승 순간 그게 떠올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생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이다연은 늘 도전하는 골퍼였다. 체격이 작은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또래 남자 골퍼들과 힘껏 샷 하는 법을 익혔다. 약점을 극복한 덕분에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2014년)를 거쳐 프로 무대에서 꾸준하게 우승하는 골퍼로 성장했다.

올해 세 차례나 3위를 차지할 만큼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이다연은 우승 문턱에서 계속 멈췄다. 공교롭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와도 맞물렸다. 한화 클래식 직전에 열렸던 하이원 리조트 여자 오픈에서는 2라운드 직후 왼 손목 통증으로 기권했다. 올 시즌 초부터 이 부위가 좋지 않던 그는 이번 대회에도 왼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 나섰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던 이다연에게 동기 부여가 된 말이 있었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을 달성했던 안산(20)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고 했다는 주문이 큰 자극을 줬다.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친 뒤 이다연은 “나도 쫄지 말고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종 라운드엔 마음의 부담을 떨쳐내겠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이다연은 그 말을 홀로 되뇌었다. 그건 승리의 주문이 됐다. 10번 홀(파4·330야드)에서 그는 티 샷으로 289야드를 보내 그린 바깥 프린지 지역에 공을 떨궜다. 홀까지 약 14m 거리에서 이다연은 과감하게 어프로치 칩 샷을 시도했다. 이 샷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 이글이 됐다. 순식간에 경쟁자들과 타수 차를 더 벌렸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이다연은 “언제 다시 우승할지 몰라서 나 스스로 많이 의심했다. 그래도 여전히 정상에 설 수 있는 선수라는 걸 확인했고, 날 다시 믿게 됐다는 점에서 뜻깊은 우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첫 우승은 내겐 전환점이 됐다. 하반기에 더 편한 마음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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