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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이 흥행 이끌었다…‘모가디슈’ 올해 첫 300만 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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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가디슈’에서 류승완 감독이 첫손에 꼽는 대규모 시위 현장 모습. 촬영 1년 전부터 아프리카 각지 배우를 섭외해 준비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에서 류승완 감독이 첫손에 꼽는 대규모 시위 현장 모습. 촬영 1년 전부터 아프리카 각지 배우를 섭외해 준비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액션 대작 ‘모가디슈’가 개봉 33일 만인 29일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해 극장가 첫 300만 관객 돌파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2월 이후 개봉 성적으론 지난해 여름 각각 435만, 381만 관객이 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반도’에 이어 3위다. ‘모가디슈’의 총제작비는 이 중 가장 많은 255억원.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속에서도 관객들의 입소문 영향이 컸다. 최다 스크린 수는 1688개.

롯데컬처웍스 정경재 영화사업부문장은 “코로나 이후 2030 관객들이 주로 영화관을 찾았는데 ‘모가디슈’는 관객층이 4050까지 확장된 게 흥행의 한 축이 됐다”면서 “가장 큰 수확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26일 롯데와 제작사 외유내강·덱스터스튜디오에 흥행 뒷이야기를 들었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개봉 못 했죠. 권투경기를 한다고 링에 올랐는데, 여기가 UFC(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였죠. 주먹질만 연습했는데 사지를 다 써야 했죠.”

남편 류승완 감독과 외유내강을 이끄는 강혜정 대표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영화관 상영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됐고, 올림픽 중계와도 경쟁해야 했다.

자동차 추격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자동차 추격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실화가 토대다. 김윤석·조인성 등이 한국영화 최초 모로코 100% 로케이션 촬영으로 대규모 자동차·총격 액션 장면을 펼쳐냈다.

정 영화사업부문장은 “타깃도 넓고 영화관에서 보는 즐거움을 되찾아줄 영화로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보고 나면 입소문과 N차 관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다.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 스크린X, 4D 등 특수관 전 포맷에 대한 배급 및 개봉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극장가가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인 ‘모가디슈’ ‘싱크홀’에 영화관 티켓매출을 총제작비 50% 회수 때까지 전액 배급사에 주겠다며 흥행부담을 나눠진 덕에 개봉에 탄력이 붙었다.

‘모가디슈’는 원래 김용화 감독이 직접 연출하려고 2013년부터 덱스터스튜디오에서 기획·개발해온 작품이다(김 감독은 지난해 덱스터에서 독립해 제작사 블라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러다 ‘신과함께’에 뛰어들게 되면서 류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덱스터 강종익 대표는 “류승완 감독은 여러 소재 상업영화를 연출해왔고 영화 ‘베를린’(2013)을 통해 남북 이야기와 인물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 최적의 연출자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실제 사건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알고 수소문했을 때 이미 덱스터가 기획·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접었는데, 우연히 김용화 감독이 저희 외유내강에 시나리오를 주셨다”면서 “원래 시나리오는 휴머니즘 세계의 묘사가 많았는데 류 감독이 장기인 스펙터클 쪽으로 가져가도 괜찮으냐고 했고 김용화 감독이 맡겨준 덕분에 욕심내 달려들었다”고 했다.

소말리아는 여전한 내전 탓에 여행금지국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소말리아의 30년 전 모습을 모로코라는 다른 나라에서 재현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본 얼티메이텀’ 등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한 로케이션 매니저 모하메드와 현지 프로덕션팀을 통해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한국 스태프들”이라며 “하루하루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으냐’의 싸움이었다. 특히 미술팀은 과거 자료만으로 소말리아 당시 건축양식, 지형까지 재현했다”고 전했다. 제작팀 선발대는 ‘베를린’ 때보다 3배 빨리, 촬영 6개월 전 현지에 파견했다. 직항이 없어 가장 일찍 도착해도 편도 30시간. 대규모 올 로케이션 촬영이다 보니, 화물 운송만 통상적인 한국영화 촬영의 3~5배였다. 식자재부터 특수소품, 대사관 세트 내 한국 가구, 홍콩·미국에서 공수한 총기·화약·뇌관과 스페인·프랑스 등지에서 온 촬영용 차량 20여대 등이다. 현지 스태프 및 배우들의 국적·언어가 달라 현장에선 한국어·아랍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가 난무했다.

강 대표는 “‘이게 돼?’라는 질문이 저 역시 있었다”고 했다. “촬영 10회차 남겨놓고 ‘코로나 바이러스’란 이름이 모로코까지 술렁이게 했죠. 현지인들이 위협적으로 ‘아시아 고 홈’ 하면서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뒤처리하던 제작팀 2명은 유럽이 한창 셧다운 할 때 귀국하느라 공항에 30시간 묶여있다 예상치 못한 경로로 들어왔죠. 피 말리는 시간이었어요.”

‘모가디슈’는 어떻게 관객과 통했을까. 강 대표는 “남북 소재에 예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반응하시는 것 같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다”면서 “당시 사건의 인물들을 담담하게 바라본 부분이 현실감 있다는 호응을 받았다”고 했다. 또 올 로케이션 촬영을 언급하며 “할리우드 프로듀서에게 편집본을 보여줬더니 이걸 어떻게 76회차에 찍었느냐더군요. 할리우드라면 기본 1000억원 이상인데 우리는 마케팅까지 총제작비 250억 원대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고 했죠. ‘모가디슈’는 한국 스태프들이 전 세계 어떤 스태프와 견줘도 손색없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역량을 입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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