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학습,역효과만 부른다" 세계적 수학자 우문현답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0:03

지면보기

종합 18면

김민형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석학교수는 “아이가 관심 있는 걸 탐구하며 수학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다”며 “어릴 때부터 직관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민형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석학교수는 “아이가 관심 있는 걸 탐구하며 수학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다”며 “어릴 때부터 직관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민형(58)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석학교수(영국 워릭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 조기 졸업생 1호다.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가 됐다. 영국 워릭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그는 방학마다 한국을 찾는다. 그에게 수학 교육 방법론과 어떻게 자립하는 아이로 키울지 등을 물어봤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멋진 강의 한 편을 들은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나.
“조용한 편이었다. 놀기 좋아하고. 대학 입학까지 학교를 거의 안 다녔다. 중학 1학년 때 신장염을 앓았고, 아파서 학교를 쉬었다. 그 뒤로 안 갔다.”
학교 안 갈 땐 뭘 했나.
“만화책도 보고, 논리 퍼즐도 풀고. 부모님 모두 바쁘셨다. 두 분 다 직장에 다니셨다.”(부친이 ‘지식인의 사상가’로 불린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다.)
수학은 언제부터 잘했나.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다. 미적분학 선생님이 계셨는데, 첫 시험이 끝난 뒤 불러서 반복 학습법을 가르쳐주셨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굳건한 지식이 생기는지 감각이 생겼다. 수학 공부는 반복 사고와 훈련이 필요하다.”
어릴 때도 수학은 좋아했나.
“글쎄. 논리 퍼즐을 좋아했다. 중·고교는 다 검정고시였다.”
아이가 ‘수학은 왜 공부하나’ 물으면 답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하면 ‘인터넷에 두 가지를 직접 검색해보라’고 한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 왜 (공부할) 필요가 없는가. 그리고 생각해보라고. 사실 인터넷에는 배울 수 있는 자료가 매우 많다. 좋은 자료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 자료의 60% 이상이 영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양은.
“‘수학은 왜 공부하나’ 얘기를 좀 더 하겠다. 사실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나’가 정확한 질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방이 수학이고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얼마만큼 알아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걸 아이가 생각해보게 하면 좋겠다. 예컨대 글을 못 읽어도 살아가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생활이 제한적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에게 수학을 어떻게 가르쳤나.
“큰아들은 석사 과정을 마쳤고, 둘째 아들은 올가을에 대학에 들어간다. 여담인데, 한 수학자가 딸들이 어릴 때 수학적 질문을 하곤 했는데 답을 해주면 아이들이 너무 싫어했다고 한다. 답만 말해주면 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세 가지로 다르게 설명해줬다고 한다. 난 그렇게는 안 했다. 큰아들은 수학을 전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자, 수학하자’ 같은 건 없었다. 다른 걸 하다가 수학적 모델이 나오면 수학 얘기를 했다. 최근 경제불평등 얘기가 신문에 나왔다. 둘째에게 ‘불평등을 재는 척도로 어떤 모델이 정당한가’를 말하면서 수학 얘기를 꺼냈다.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표)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얘기하면서 수학 얘기도 하는 식이다.”
수학 잘하는 비결은 뭔가.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 업적이 뛰어난 수학자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하루 11시간 앉아서 수학 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동기가 생기냐다. 아이가 관심 있는 걸 탐구하며 수학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다. 세상 자체에 수학이 스며들어 있다. 어릴 때 직관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
수학 교과 선행 열풍을 어떻게 보는가.
“두 개의 다른 관점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하나는 선행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가, 또 하나는 선행을 많이 하는 것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 둘을 혼동해 논란이 생겼다. 선행 때문에 학교 수업이 지겹고 싫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내 주관적 관찰이다. 잘하는데 싫은 경우는 드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