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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받다 울던 영국 공수부대, 마지막으로 카불 떠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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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낙하산 연대. [벤 윌리엄스 영국 국방 장관 트위터]

영국군 낙하산 연대. [벤 윌리엄스 영국 국방 장관 트위터]

"여러분은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민간인 소개 작전을 종료한 영국군 공수부대(낙하산 연대)가 귀환하는 사진을 공유하며 한 말이다. 벤 윌리엄스 국방장관도 "여러분은 수천 명이 더 나은 미래와 안전한 삶을 살도록 도왔다"며 "영국은 여러분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트윗했다.

앞서 영국 공수부대 장교 중 한 사람은 영국군이 머무는 호텔에 아기를 던지는 아프간 어머니들의 사연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전한 바 있다. 이들은 아기들이 철조망 위로 떨어지는 등 처참한 장면을 목격하고 "밤이 되자 우리 중 울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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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영국군 수송기는 28일 카불을 떠났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2주간 영국군은 1만4000명의 민간인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마지막 영국 병사들이 이 나라에서 떠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희생한 모든 것과 우리가 성취한 모든 것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라며 "아프간에서 우리의 작전의 성격은 바뀌었지만 우리의 목표(재건)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와 도미닉 라브 외무 장관(왼쪽).[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와 도미닉 라브 외무 장관(왼쪽).[AP=연합뉴스]

야당 당수 키어 스타머(노동당 대표)도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을 한 용감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약 150명의 영국인과 1000명 이상의 영국군 협력 아프간인이 남겨져 있다. 벤 윌리엄스 국방 장관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잔류 영국민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아프간에 남아있을 뜻을 밝혔다고 한다. 탈레반으로부터 탈출을 원했던 영국군 협력 아프간 현지인 1000여명은 끝내 영국군 수송기를 타지 못했다.

28일(현지시간) 카불에서 영국 수송기 A400M에 타는 영국 군인들. [영국국방부=로이터]

28일(현지시간) 카불에서 영국 수송기 A400M에 타는 영국 군인들. [영국국방부=로이터]

카불공항은 지난 26일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17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이후 현지인들의 접근이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영국도 지난 26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테러로 사망자가 나왔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27일 2명의 영국 국적자와 영국 국적자의 아이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BBC에 따르면 런던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모하메드 니아지가 폭발 여파로 사망했고 그의 아내와 두 자녀는 실종 상태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두 번째 영국인 희생자는 무사 파팔로 확인됐다.

앞서 26일 소개 작전을 종료한 독일은 자국민 잔류자 중 300명이 아프간에 남아있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지난 27~28일 대부분 작전을 종료했다. 이들 국가는 아프간에 남은 자국민과 조력 현지인들을 모두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인도적 지원과 탈출 지원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남은 1000명을 구출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 기울이고 있다. 다만 추가 테러 신호를 포착함에 따라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카불 공항을 떠나야 한다"고 경보령을 내렸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공항 주변을 거의 봉쇄하고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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