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첫 실전 대결인 충청권 경선(9월4~5일)을 앞두고 주자들의 발걸음이 숨가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9일 충북 청주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전 대덕 특구에서 시작해 오송·청주·괴산·천안·아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벨트를 조성해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며 “‘충청의 사위’ 이재명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 국토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충청이 장인의 고향(충북 충주)이란 걸 강조하며 충청 표심에 구애한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충북 음성에서 지역 당원들을 만나 “대선에서 이기려면 책 잡힐 일이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동지들께서 잘 판단해주시고 저를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천안(21일), 대전(22일), 세종(28일)을 잇달아 방문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보병전’을 펴고 있다.
두 사람이 바삐 움직이는 것은 첫 경선 결과가 가져올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 때문이다. 대의원 1500여명과 권리당원 8만여명이 참여하는 충청권 경선은 31일부터 투표에 들어가 9월 4일(대전·충남)과 9월 5일(세종·충북) 열리는 현장 경선대회에서 결과가 각각 공개된다. 이 결과가 일반국민 70만명이 참여하는 1차 선거인단 투표(9월 8~12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각 캠프의 판단이다.
‘포스트’의 움직임…조직표 작동할까
지난 23일 발표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8월 21~22일)에서 이 지사는 대전·세종·충청에서 31.8%를 얻어 여권 주자 중 1위였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14.1%), 정세균 전 국무총리(4.0%),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1%), 김두관 의원(0.9%), 박용진 의원(0%) 순이었다.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에선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한 군소주자 캠프 인사)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꾸준히 ‘조직표’를 모아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충청권을 수시로 찾으며 조직을 다졌다. 정 전 총리 역시 ‘포스트’라 불리는 핵심 당원들을 포섭해왔다. 지난 26일엔 충청권 광역·기초 의원 65명이 정 전 총리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반면 이 지사 측은 “당원 표심도 여론조사와 다르지 않을 것”(충남권 초선 의원)이라고 전망한다. 2015년 온라인 당원제 도입 이후 소수의 대의원이 다수의 당원을 통제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조직표 작동이 어려졌다는 이유다. 다만 권리당원 8만여명 중 절반 정도만 투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모수가 적어져 조직표의 비중이 높아질 것”(한 군소주자 캠프)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의 자가격리…누가 흡수하나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9월 7일까지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정 전 총리의 상황도 변수다. 정 전 총리는 자택에서 대기하며 화상 간담회로 지지 조직을 다지고 있지만 캠프 내부에선 “직접 만나는 것보다 효과가 덜하다. 이탈자도 나올 것”(한 참모)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 전 총리 측은 그동안 “충청에서 조직으론 이 지사, 이 전 대표와도 겨뤄볼 수 있다”(충남권 재선 의원)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선 초입에 발이 묶이며 판도 변화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때문에 이날 정 전 총리 측은 당 선관위에 “경선을 일주일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용될 가능성은 적다. 이렇게 되면 정 전 총리는 9월 4~5일 현장 연설도 영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약해지면 이재명도 약해진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세 변화가 충청권 당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상승세일 때는 대항마인 이 지사 쪽으로 민주당 당원 표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 반대일 때는 이 지사 쪽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것을 들어 한 군소주자측 인사는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이 지사를 미는 경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충청권의 한 초선 의원은 “경선 레이스 시작 이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 지사를 다른 주자들이 막판 역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