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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만명 확진에도…위드 코로나 英 "괜찮다, 자유의 대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대부분의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하고 ‘자유의 날’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는 폐지됐고, 실내 마스크 착용은 선택 사항이 됐다. 나이트클럽도 다시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난 지금 영국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 21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번리전 모습. 노마스크 관중들로 가득 차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번리전 모습. 노마스크 관중들로 가득 차 있다. [AP=연합뉴스]

먼저 28일 기준 영국 내 하루 확진자 수는 3만2406명으로, 지난달 델타 변이 확산으로 5만명에 육박한 때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게 위험 신호다. 입원율과 사망률도 늘었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입원환자는 전주와 비교해 6.7%, 사망자는 12.3% 증가했다. 사망자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10.3명으로 자유의 날 선언 전보다 늘었다.

"괜찮다. 자유의 대가" 

이처럼 연일 하루 확진자가 3만 명, 사망자가 100명 넘게 나오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반기는 분위기다.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의 일상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지난 7월19일 영국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이 '자유의 날' 선언에 따른 재개장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19일 영국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이 '자유의 날' 선언에 따른 재개장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건 ‘노마스크’ 풍경이다. 지난 주말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 명의 관중 사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개막한 대형 뮤지컬 ‘신데렐라’ 관람객도,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손님도 모두 노마스크였다.

대중교통에서도 마찬가지다.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필수지만, 탑승자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경찰도 제재 의지가 없는 듯 마스크 착용 규정 관리를 운송 업체에 위임하고 손을 뗀 상태다.

영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영국 보건부]

영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영국 보건부]

이런 영국의 자신감은 70%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현저히 떨어진 치명률에서 비롯됐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영국 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35% 수준으로, 과거 확진자 수가 비슷했던 때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결과가 코로나19를 일반 독감처럼 통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도 긍정적 효과
여기에 경제적 효과도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5분기 연속 G7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꼴찌를 기록했던 영국은 지난 6월 GDP가 예상치보다 0.8% 웃도는 호조를 보였다. 봉쇄 완화에 따라 서비스업이 확대된 결과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을 7% 이상으로 전망했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팀 스펙터 유전역학 교수는 “이제 영국인들은 높은 코로나19 감염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것(감염률 증가)을 ‘자유의 대가’로 여긴다”고 말했다.

"아니다. 암울한 뉴노멀"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에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영국 보건부]

영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영국 보건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의 효과가 약화한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대로라면 지난해 12월 백신을 맞은 영국인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과 봉쇄 해제 시점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부도 백신 효과 저하를 우려해 부스터 샷(3차 접종)을 도입했다. 그러나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을 우선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 국민의 면역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브리엘 스칼리 브리스톨 대학교 공중보건학 교수는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현재 시점에서 확진자 수가 3만 명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암울한 뉴노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12~15세 청소년의 접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주사를 맞지 않은 젊은 층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과제로 남아있다. 스칼리 교수는 “지금 봉쇄를 완화하면 백신 효과 약화로 인한 확진자 수 증가를 경험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는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레딩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노마스크의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레딩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노마스크의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NYT에 따르면 존슨 총리를 비롯해 영국 정부는 최근 며칠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관련 사안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새 이슈로 부각한 탓도 있지만, 자칫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싱가포르는 단계적 '위드 코로나'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위드 코로나'에 돌입했다. 다만 영국과 다르게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싱가포르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싱가포르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는 이날까지 성인 인구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등 전 세계에서 높은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뒤에도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가구당 6개의 자가 진단 키트를 제공해 코로나19 검사를 생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방역 고삐도 쉽게 풀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최근 여행이나 사적 모임은 허락했지만, 마스크 의무화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노마스크 등 방역 수칙을 위반하거나 격리 대상자가 격리 장소를 이탈할 경우 최대 징역 3주를 선고하는 등 강도 높은 법적 처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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