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더우면 저절로 창문 열린다…선인장 모방한 건축 디자인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16:40

일명 4D 프린터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모듈을 비교적 쉽고 저렴한 방식으로 제작해 움직이는 건물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진 아주대학교]

일명 4D 프린터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모듈을 비교적 쉽고 저렴한 방식으로 제작해 움직이는 건물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진 아주대학교]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은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공(氣孔·공기구멍)을 여닫는다. 기온이 오르면 기공을 닫고, 날이 선선해지고 습도가 상승하면 기공을 연다. 체내 수분·체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선인장이 기공을 여닫는 모습을 모사한 건물 디자인이 선보였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 소재로 기온 변화에 감응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축 외피(차양) 모듈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온 변화에 감응해 자동으로 개폐 

연구진은 형상기억재료를 활용해 기온이 상승하면 자동으로 닫히고 기온이 하락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건물의 표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구상했다. 고온에서는 모듈이 부드럽게 펼쳐지면서 햇빛을 차단하고(왼쪽), 온도가 내려가면 자동으로 열리면서(오른쪽) 빛과 바람을 건물 내부로 유입한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연구진은 형상기억재료를 활용해 기온이 상승하면 자동으로 닫히고 기온이 하락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건물의 표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구상했다. 고온에서는 모듈이 부드럽게 펼쳐지면서 햇빛을 차단하고(왼쪽), 온도가 내려가면 자동으로 열리면서(오른쪽) 빛과 바람을 건물 내부로 유입한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건물 냉·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비산업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건물은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창이나 문(창호)을 설치한다.

연구진은 금강환 선인장에서 창호의 모습에 착안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합성 모듈은 고온에서는 부드럽게 펼쳐져 열과 햇빛을 차단한다. 반대로 온도가 하강하면 자동으로 열리면서 빛·바람을 건물 내부로 유입한다.

기존에도 창호가 여닫히면서 건물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방식은 있었다. 다만 주로 모터 같은 기계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이런 경우 복잡한 전자회로가 필요하고, 외벽을 여닫을 때 소음과 진동이 생긴다.

연구진은 시간에 따라 변형 가능한 소재를 3D프린터로 인쇄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 아주대학교]

연구진은 시간에 따라 변형 가능한 소재를 3D프린터로 인쇄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 아주대학교]

연구진은 형상기억 소재를 활용했다. 형상기억 소재는 화학작용·온도·빛 등을 기억하는 스마트 소재다. 기온에 따라 형상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도 건물 외벽에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형태가 달라졌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변형 회복력이 낮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연구진은 변형력은 낮지만 복원력이 높은 소재(니켈-티타늄 합금 와이어)와, 복원력은 낮지만 변형이 자유로운 형상기억 고분자를 조합해 문제를 해결했다. 최대 6%였던 니켈-티타늄 합금 와이어의 변형력을 20% 수준으로 늘리면서, 외부의 압력 없이 스스로 회복·변형을 반복하는 합성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이 제작한 건물 외피 모형실험 결과. 주변 온도 높낮이에 따라 마치 식물처럼 외피가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연구진이 제작한 건물 외피 모형실험 결과. 주변 온도 높낮이에 따라 마치 식물처럼 외피가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합성물을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3차원(3D) 프린터로 인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변형 가능한 소재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기술을 연구진은 ‘4D 프린팅’이라고 부른다.

이황 아주대 교수는 “4D 프린팅 디자인을 건축물의 외피 디자인에 활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모듈을 비교적 쉽고 저렴한 방식으로 제작해 움직이는 건물을 구현할 수 있다”며 “건축물의 실내 냉방부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도로 차폐벽이나 태양광 패널 등에도 비슷한 디자인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고온 건조한 사막에서도 생존하는 금강환선인장(왼쪽)의 기공(오른쪽)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에서 착안해 건물 외피를 디자인했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연구진은 고온 건조한 사막에서도 생존하는 금강환선인장(왼쪽)의 기공(오른쪽)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에서 착안해 건물 외피를 디자인했다. [사진 한국연구재단·아주대]

예컨대 열을 배출하는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쪽으로 소음차폐 소자가 이동하도록 형태를 바꾸는 형상기억 재료를 활용하면 도로 차폐벽의 소음 차단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태양광 발전 패널과 하부지지대 사이에 이 소재를 활용할 경우, 태양의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패널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직광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한 우수신진연구사업이 지원한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8일 건축·건설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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