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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사퇴한다는데…'171석 불도저' 민주당 주저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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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의 뜻대로 의원직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윤 의원 사퇴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사퇴안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이 제기되자 25일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즐겁게 (사퇴안을) 통과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측에선 윤 의원에게 ”한국개발연구원(KDI) 근무 시절 내부 정보로 가족과 공모 투기한 것 아니냐“(김두관 의원) 등 집중 공세를 쏟아냈지만, 사퇴안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이론상으로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사퇴안을 처리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 사퇴안이 상정되기만 하면 국회법상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인원의 과반 찬성으로 사퇴안이 의결되는 구조라서다. 현재 민주당 의석만 171석이고, 열린민주당 3석,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적을 보유했던 무소속 6석까지 합치면 180석으로 사퇴안을 처리하기엔 충분하다.

실제론 사퇴안 본회의 상정부터 불투명하다. 오는 30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다음 달 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에 돌입하는데, 안건 상정권을 가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거부하면 사퇴안이 본회의 테이블에 오를 수 없다.

민주당이 사퇴안 상정에 부정적인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폭등으로 가뜩이나 여권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데다가, 권익위 조사 뒤 민주당 지도부의 제명 및 탈당 권유 조치에도 의원 12명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윤 의원의 사퇴안을 처리할 경우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이 단독으로 사퇴안을 처리하면 ‘독주’ 이미지가 덧대질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의원 사퇴안 상정 시 의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의원은 애초에 탈당 권고 대상도 아니었고 의혹이 소명됐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4일 권익위가 의혹을 제기한 의원 12명 중 6명에 대해서만 제명(한무경 의원) 및 탈당 권고 조치를 하면서 윤 의원은 제외했다.

만약 본회의에 상정했다가 사퇴안이 부결되면 외려 윤 의원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사퇴안을 뭉개는 걸 최선의 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윤 의원 사퇴 쇼의 들러리로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용민 최고위원도 “사건 본질은 미공개 부동산 투기 여부인데, 이를 희석하려 피해자인 척 사퇴 쇼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국회의원 부친 매입 세종시 전의면 땅(논). 신진호 기자.

윤희숙 국회의원 부친 매입 세종시 전의면 땅(논). 신진호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향후 해명과 수사 의뢰 등은 윤 의원에게 달린 일”(당 관계자)이라며 관망세를 보이지만, 당내에는 “가짜뉴스를 엄벌한다는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윤 의원을 공격한다”(29일 허은아 수석대변인)며 윤 의원을 두둔하는 여론이 많다.

윤 의원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는 여당의 공세에 대해 “나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겠다”며 “어떤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으면 거짓 음해를 작당한 여당 의원 모두 사퇴하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실제론 부친의 토지 매입 당시 윤 의원의 신분이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아닌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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