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아프간 태권소녀 기도 통했다, 무사히 도쿄 도착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13:21

업데이트 2021.08.29 13:34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아프간 '태권 소녀'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으로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던 아프간 태권도 여자 대표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가 육상 남자 대표선수인 호사인 라소울리(24)와 함께 28일 저녁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이 카불을 탈출해 도쿄(東京)에 도착하기까지 각국 정부와 세계태권도연맹 등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태권도 대표선수 자키아 쿠다다디. [사진 IPC 홈페이지]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태권도 대표선수 자키아 쿠다다디. [사진 IPC 홈페이지]

29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아프간 선수인 쿠다다디와 라소울리의 2020 도쿄 패럴림픽 선수촌 입성을 따뜻하게 환영한다"며 이들이 전날 입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들은 패럴림픽 참가를 위해 지난 16일 아프간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탈레반의 수도 장악으로 카불에 발이 묶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쿠다다디는 17일 로이터통신에 동영상을 공개해 "부디 패럴림픽에 참가시켜 달라"며 지원을 요구했다.

쿠다다디는 동영상에서 "아프간 여성을 대표해 부탁드린다"면서 "전 세계 여성을 보호하는 단체, 각국 정부와 기관들은 아프간 여성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후 국제사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의 탈출 루트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IPC에 따르면 두 선수는 지난 주말 카불을 빠져나와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이후 프랑스국립스포츠연구원(INSEP)에서 한 주를 보낸 뒤 27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대표   

왼팔에 선천성 장애를 지닌 코다디디 선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키우며 뒤뜰이나 공원에서 연습을 이어왔다고 한다. 국제대회에서 실적을 올려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쿠다다디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스포츠등급 K44)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당초 28일 남자 육상 100m(스포츠등급 T47)에 참가할 계획이던 라소울리는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육상 400m에 출전하게 됐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자원봉사자가 아프간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자원봉사자가 아프간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연맹, 현지 인맥 동원해 도와 

이들의 일본 도착이 알려진 후 아프간 패럴림픽위원회는 "선수들의 꿈을 실현해 준 여러 정부와 스포츠 및 인권 단체, IPC, 프랑스·영국 패럴림픽 위원회, 세계태권도연맹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특히 조정원 총재가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은 쿠다다디의 대체 선수를 뽑지 않은 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태권도인 등을 통해 쿠다다디가 도쿄에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도쿄패럴림픽위원회도 지난 24일 개회식 선수단 입장식에서 자원봉사자에게 국기를 들게 해 아프가니스탄을 5번째로 입장시켰다. 선수들이 뒤늦게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둔 것이다.

한편 아프간 대표팀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 패럴림픽 기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IPC는 두 선수가 경기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 불참하는 것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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