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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만든 공간…이곳에서 오프라인의 미래를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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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화제였다. 거대한 설치 작품과 6족 보행 키네틱 로봇에 미술관인가 싶다가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선글라스가 가득한 진열대가 나타난다. 맨 윗층 뷰티 공간에선 기분 좋은 향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하 카페에서 만나는 실험적인 비주얼의 디저트는 이곳의 화룡점정. 국내 굴지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선보인 플레그십 스토어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의 모습이다. 브랜드를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독특한 곳. 낯설지만 매력적인 경험에 직접 동참했다.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의 1층 전시 공간. 1층 대부분을 할애해 보여주고 있는 프레드릭 헤이맨의 3D작업을 실물화해 놓은 설치작품은 기존 리테일 공간이 가지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났다. 기능과 효율을 포기하고 공간에 감정을 담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오해인]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의 1층 전시 공간. 1층 대부분을 할애해 보여주고 있는 프레드릭 헤이맨의 3D작업을 실물화해 놓은 설치작품은 기존 리테일 공간이 가지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났다. 기능과 효율을 포기하고 공간에 감정을 담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오해인]

어떤 곳이에요.

새로운 시즌, 새로운 공간을 선보일 때마다 화제가 되는 젠틀몬스터가 만든 공간입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터줏대감 '퀸마마 마켓'이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어요. 지하 1층부터 건물 맨 윗층인 4층까지 층마다 이들의 전시공간, 안경과 선글라스 매장, 화장품 브랜드 매장, 카페가 자리해 있어요. 외관에 붙어있는 'Haus 0 10 10 10 1'란 문구도 독특해요. '10'은 양자학적 개념으로 '미래로 나아감'을 뜻하고, 'Haus'는 여러 브랜드가 모여 새로운 유통의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이란 의미랍니다. 올해 2월 말 문을 열었는데, 첫날부터 인스타그램을 도배했던 것으로도 유명하죠.

[민지리뷰]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왜 이곳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국내외 여행을 할 때마다 근처에 있다면 꼭 들리는 공간이에요. 공간마다 컨셉트가 다르고 시즌마다 예술작품 같은 수준 높은 VMD(매장 구성 및 전시)를 선보이기 때문이죠. 론칭 초기부터 '젠틀몬스터스러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노하우를 담아 전틀몬스터가 전개하는 브랜드 전부를 한데 모은 공간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죠.

젠틀몬스터의 다른 매장과 가장 큰 차별점은요.

하우스 도산에는 다른 매장엔 없는 베이커리 카페 '누데이크'가 있어요. 실험정신을 담은 베이커리와 음료가 가득해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한 비주얼의 메뉴에 이끌려 본인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될 거예요. 인기를 증명하듯 최근 스타필드 하남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도 입점했어요.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누데이크 공간 연출이 감각적이다. [사진 오해인]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누데이크 공간 연출이 감각적이다. [사진 오해인]

하우스 도산의 안경 매장 모습(위)과 선글라스 제품. 젠틀몬스터의 아이웨어는 기존 '안경'의 기능을 넘어, 도전적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으로 통한다. [사진 오해인,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의 안경 매장 모습(위)과 선글라스 제품. 젠틀몬스터의 아이웨어는 기존 '안경'의 기능을 넘어, 도전적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으로 통한다. [사진 오해인, 젠틀몬스터]

공간 기획자로서 생각하는 이곳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백화점에서 오프라인 공간기획과 콘텐트 마케팅을 하는 직업 특성상 온라인이 강화되는 시장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공간이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그런 내게 이곳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온라인에 없는 오감 경험, 그 경험을 하기 위해 모인 힙한 사람들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요. 보통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VMD와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매장 이상의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게 아쉬워요. 조금 더 고급진 VMD만 있을 뿐 브랜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험까지는 못 미쳐요.
그런데 이곳은 브랜드가 그대로 공간에 녹아있어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 마스터피스같은 제품이 그대로 공간에 표현된답니다. 또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 있어요. 온라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제공해요.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 대부분이 상품 진열이 아닌 시즌 컨셉트를 표현하는 VMD로 채워져 있어요. 둥둥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화장품의 향을 맡고, 파격적인 선글라스를 써보고, 움직이는 로봇을 코앞에서 보는 것. 이런 경험이 모여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어요.

젠틀몬스터는 설치작품 전시로 워낙 유명하잖아요. 이곳은 어땠나요.

하우스 도산은 1층과 M층 두 개층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프레드릭 헤이만의 작품이에요. 1층에서 시작해 계단을 올라가 M층에서도 관람할 수 있어요. 폐허 같은 구조물 안에 로봇이 호흡하듯 움직여요. M층 카운터에는 1층 작품의 원형이 되는 헤이만의 3D 아트를 영상으로도 볼 수 있고요.
2·3층 미디어 캔버스에서는 브랜드의 아트 필름을 상영해요. 공간을 압도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영상을 홀린 듯 구경했어요. 이곳엔 젠틀몬스터 로봇 랩에서 개발한 6족 보행 로봇 '프로브'가 있어요. 4층에는 메르세데스 빈센트의 공예작품을 곳곳에서 전시하고 있어요. 지하 1층에서는 매장 한가운데는 미디어 아트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요. 이처럼 매장 대부분을 아트 작품으로 채웠어요. 그 덕분에 젠틀몬스터의 제품이 마치 아트 작품처럼 느껴지죠. 하우스 도산 전체는 상업공간이 아닌 뮤지엄인거고요. 이러한 경험이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랍니다.

움직이는   6족 보행 키네틱 로봇. 제한된 구역을 왔다 갔다 비정형적으로 움직이는데 전혀 새로운 매장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오해인]

움직이는 6족 보행 키네틱 로봇. 제한된 구역을 왔다 갔다 비정형적으로 움직이는데 전혀 새로운 매장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오해인]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비주얼을 탄생시키며 소재를 재발견한 조형물. 현대예술에 버금가는 매장 VMD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오해인]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비주얼을 탄생시키며 소재를 재발견한 조형물. 현대예술에 버금가는 매장 VMD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오해인]

뷰티 매장에 설치한 움직이는 갈대 키네틱 로봇. [사진 오해인]

뷰티 매장에 설치한 움직이는 갈대 키네틱 로봇. [사진 오해인]

방문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한다면요.

10점 만점에 8.5점 드릴게요. 공간은 완벽하지만 너무 핫플레이스란 게 단점이랄까요. 누데이트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했고, 빨리 품절 되는 메뉴와 비싼 가격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직원들이 친절해 불쾌한 경험은 없었어요.

누데이크 메뉴 가격이 비싼 편인가요.

약간 비싼 편이에요. 인기 메뉴인 부드럽고 진한 말차 크림을 먹물 페이스트리로 감싼 센터피스 케이크 '피크'의 가격이 3만9000원이에요. 체리잼을 층층이 넣은 아몬드 시트에 화이트 초콜릿셀을 얹은 파인콘 케이크는 가장 비싼 메뉴로 6만원입니다. 시그니처 음료는 9000원~1만원 선이에요. 그래도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오후에 방문하면 대부분의 케이크들이 품절돼요. 30만~40만원 대의 젠틀몬스터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힘들었다면, 누데이크를 방문해 인스타 피드에 올리면 딱 좋을 독특한 비주얼의 디저트를 통해 이곳을 즐길 수 있어요.

눈과   입이 즐거웠던 누데이크의 베이커리 메뉴들. 하나부터 열까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비주얼이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사진 오해인]

눈과 입이 즐거웠던 누데이크의 베이커리 메뉴들. 하나부터 열까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비주얼이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사진 오해인]

개선하고 싶은 점은요.

앉아서 디저트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해요. 12~15팀 정도 앉을 수 있는데, 엄청난 대기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좌석이에요. 매장 상당 부분을 메뉴 진열과 VMD로 채워서 그런 것 같아요. 매장 이용이 불편하다 해도 젠틀몬스터의 가장 큰 장점인 VMD를 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다만 지하 1층 외부와 연결되는 테라스를 활용한다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아무리 멋진 공간이라지만 누데이크에서 2~3시간 웨이팅했던 힘든 기억을 안고 돌아간다면 분명 개선해야할 점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 꼭 해봐야할 게 있을까요.

누데이크는 꼭 가보세요. 주말이면 웨이팅이 2~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원하는 메뉴를 맛보려면 평일이나 주말 아침 시간대를 추천해요. 음료는 '피에타 라떼'를 추천해요. 커피를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든 얼음을 우유에 넣어 녹여 먹는데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즐기세요. 커피 얼음에 우유를 붓는 동영상도 꼭 찍고요. 베이커리 메뉴는 '피크'와 '마이크로와상'이 맛 좋아요.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에서 제품을 사면 드라이플라워를 장식으로 곁들여 선물 포장을 해준다. 포장 하나에도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사진은 드라이플라워를 꽂아놓은 오브제는 공예 작가 메르세데스 빈센트의 작품. [사진 오해인]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에서 제품을 사면 드라이플라워를 장식으로 곁들여 선물 포장을 해준다. 포장 하나에도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사진은 드라이플라워를 꽂아놓은 오브제는 공예 작가 메르세데스 빈센트의 작품. [사진 오해인]

어떤 사람이 가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요즘 힙한 것을 꼭 해야하고, 가봐야 하는 힙스터라면 가보길 추천해요. 멋진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선글라스를 시착하며 셀피를 찍을 수 있고, 카페에선 신기한 디저트 인증샷을 맘껏 찍을 수 있어요. 또 친구나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방문해도 좋아요. 인상적인 케이크로 축하하고, 윗층의 뷰티 매장에선 작은 핸드크림이나 손세정제를 사서 선물해보세요. 감각적인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뿌듯하게 만들잖아요.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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