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신라 선덕여왕이 ‘향기나는 황제’가 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09:00

업데이트 2021.08.30 17:16

[더,오래] 류희림의 천년 신라 이야기(5)

선덕여왕 시절 창건한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경주타워의 야경. [사진 류희림]

선덕여왕 시절 창건한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경주타워의 야경. [사진 류희림]

선덕여왕은 신라 제27대 왕으로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이다. 632년부터 16년간의 재위 기간.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세운 업적은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닦은 것이라고 보아도 될 만큼 굵직하다. 그녀의 향기와 정취를 담은 유산은 여전히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남아있다.

선덕여왕의 시작은 화려하지 못했다. 김씨 성에 ‘덕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선덕여왕이 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신라의 신분제도인 ‘골품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품(骨品)의 한자가 증명한다. 뼈에 새긴 신분. 신라는 혈통을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신분 사회로 관직은 물론 집의 크기, 관복의 색, 가마의 바퀴 크기까지 골품제에 따라 규정된 사회였다.

선덕여왕이 신라를 통치하게 된 계기도 진보적이고 열린 사회적 분위기보단 이 골품제도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성골만이 왕이 될 수 있었지만, 마땅히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는 성골 남성이 없어 차선책으로 진평왕의 맏딸인 선덕여왕이 신라를 통치하게 됐다는 내용이 삼국유사 등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신라 왕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왕을 등장시켰고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걸출한 호걸들을 거느리고 삼국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의 시작점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선덕여왕은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총명하고 민첩’하다고 묘사돼 있다. 재임 중 세 가지 일을 미리 알아 왕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모란설화’가 가장 유명하다. 먼저 당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희색으로 그린 모란꽃 그림과 씨앗을 보내왔고 이 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았다. 그 후 선덕여왕은 자신이 ‘향기 나는 황제’임을 알리기 위해서 분황사를 창건했다.

또 영묘사 옥문지에서 한겨울에 수많은 개구리가 사나흘 동안 울어대는 것을 보고 여근곡에 백제군사 500명이 숨어있는 것을 미리 알아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죽을 날을 예언하며 도리천 가운데서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한다.

선덕여왕의 이 같은 능력은 위기상황에 더욱 빛났다. 백제의 침공으로 대야성을 함락당하는 등 어려운 정세 속에서 오히려 삼국 통일에 대한 비전을 선명하게 해나갔다.

선덕여왕 시절 창건한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모습의 경주타워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자리해 있다. [사진 류희림]

선덕여왕 시절 창건한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모습의 경주타워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자리해 있다. [사진 류희림]

자장의 건의 받아들여 통일의 꿈을 담은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했고, 층마다 일본, 중국, 오월, 탁라, 백제, 말갈, 단국, 여적, 고구려 등 주변 9개국을 새겨 넣어 주변국의 침입을 막고 삼국을 통일해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이를 바탕으로 불교를 통해 백성의 마음을 모으고 신라인들 자긍심을 고취했다.

선덕여왕이 만들어낸 문화재는 분황사와 분황사 모전 석탑, 황룡사 9층 목탑, 첨성대 등 다양하다. 1300여 년이 흐름 지금도 경주를 상징하는 문화와 문화재로 자리하고 있다.

여성이 왕이 됨을 비웃은 당나라 태종에게 분화사를 건립하며 지혜롭게 대처한 향기 나는 황제이고자 했던 선덕여왕은 빛나는 업적과 문화유산을 통해 여전히 후손에게 자신의 향기를 진하게 남기고 있다고 본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분황사 모전석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분황사 모전석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은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등 서라벌의 주요 문화재와 모습을 담은 신라왕경 도를 전시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은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등 서라벌의 주요 문화재와 모습을 담은 신라왕경 도를 전시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류희림]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해 만든 경주엑스포 대공원 경주타워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자리해 있고, 신라 왕경 복원 특별법을 통해 점차 화려했던 신라 서라벌의 모습을 되찾아 갈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이 경주타워 전망 1층에 운영하고 있는 '카페선덕'의 전경. [사진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이 경주타워 전망 1층에 운영하고 있는 '카페선덕'의 전경. [사진 류희림]

경주타워 전망1층에 자리해 있는 '카페선덕' 로고.

경주타워 전망1층에 자리해 있는 '카페선덕' 로고.

선덕여왕을 비롯한 우리 역사와 선조가 남긴 위기극복의 신념을 본보기로 코로나 팬더믹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도 이를 이겨내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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