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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하늘길을 선점하라”…정유업계, 친환경 항공유 개발 속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있다. 뉴스1

지난 1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있다. 뉴스1

친환경 항공유가 정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업계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본격화하면서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오랜 기간 정체했던 바이오 항공유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채택한 국제항공 탄소 상쇄·감축제도(CORSIA)가 올해부터 시범 운영된다. 국제선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토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6월 기준 한국을 포함한 88개 국가가 이 제도에 참여 중이며 2027년부터는 의무적으로 감축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9개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에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와 검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ICAO는 항공기 무게 감소, 엔진 성능 개선 외에 대체 연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정유업계, 탄소 저감 연료 개발 나서

지난 6월 30일 대한항공과 현대오일뱅크가 서울시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항공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바이오항공유 협력'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수근 대한항공 Operation 부문 부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 [사진 대한항공]

지난 6월 30일 대한항공과 현대오일뱅크가 서울시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항공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바이오항공유 협력'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수근 대한항공 Operation 부문 부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 [사진 대한항공]

정유업계의 관심사는 보다 저렴한 바이오 항공유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바이오 항공유는 동물성 지방, 식물성 오일, 해조류 등 바이오매스를 재료로 만드는데 원료 수급부터 생산, 소비 등 전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바이오 항공유 사용량은 연간 2만~3만t으로 전체 항공유 사용량의 0.1%에 불과하다. 기존 항공유 가격의 세 배를 웃돌 정도로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바이오 항공유 개발을 위해 가장 서두르는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항공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충남 대산공장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제조와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국내 항공사 최초로 바이오 연료가 혼합된 항공유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까지 운항한 바 있다”며 “규격 제품 생산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조사, 관련 정책 대응 등 관련 생태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 탄소배출 줄인 친환경 항공유도 등장 

SK에너지의 탄소 중립 석유제품 개념도 [사진 SK에너지]

SK에너지의 탄소 중립 석유제품 개념도 [사진 SK에너지]

이에 대응해 SK에너지는 하반기 중으로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 항공유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수송, 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탄소배출량을 중립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맥쿼리 그룹과 자발적 탄소배출권 확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상쇄 등과 관한 협력을 추진하고 조림·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 등에서 발행된 고품질 탄소배출권 조달 계약도 체결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탄소 중립 석유제품”이라며 “탄소배출량을 제로(0)화 하는 과정에 SK에너지와 소비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아직 친환경 항공유 사업에 신중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바이오 항공유 개발에 뛰어들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다.

바이오 항공유 수요, 20년 내 3000배 증가 예상 

하지만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항공업계 탄소 감축 계획이 본격화하는 2027년부터는 정유사들의 저탄소 항공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바이오 항공유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연간 6000만t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선박 운송 분야는 이미 바이오 연료가 활성화하고 있다. 핀란드 국영 정유사 네스테 오일은 바이오 에너지 부문에서만 연간 영업이익의 80%에 가까운 2조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되고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 업체별 친환경 항공유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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