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만 남은 최저임금위 사퇴"…윤희숙은 5년전에도 그랬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06:00

업데이트 2021.08.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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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과 대선 예비후보에서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윤 의원에 대한 발언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6년 자신의 입출금 통장 거래내역과 부친의 토지계약서를 공개하고, 수사기관의 자택 압수수색도 자청했다. 또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친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1

의원직과 대선 예비후보에서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윤 의원에 대한 발언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6년 자신의 입출금 통장 거래내역과 부친의 토지계약서를 공개하고, 수사기관의 자택 압수수색도 자청했다. 또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친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1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의 촉 : 5년 전 윤희숙의 최저임금 공익위원 사퇴의 변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의 사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윤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사퇴 선언(8월 25일)을 한 뒤 며칠 동안 정치권은 진흙탕 싸움판을 연상케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의 사퇴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의 분노와 맞물려 거대한 후폭풍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 윤 의원 공격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윤 의원은 이런 민주당에 맞서 27일 "저 자신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 의뢰한다"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작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다른 의원에 대한 의혹과 이에 대한 비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심지어 기밀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와 부정대출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 출신 인사도 윤 의원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슬그머니 뒤로 숨었다.

이런 정치권의 행태야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윤 의원의 사퇴는 여권의 비난처럼 '사퇴 쇼' 즉 회피전략일까, 아니면 도덕성에 대한 책임일까. 이와 관련 5년 전 그의 행보가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주목받고 있다.

2016년 7월 19일이었다. 윤 의원은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이었다. 본지와 그날 전화 통화를 했다. 2017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였다. 윤 의원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으로 심의에 참여했다.

윤 당시 연구부장은 "공익위원을 사퇴할 것"이라고 전격 선언을 했다. 공익위원으로 위촉된 지 1년이 채 안 돼 임기가 2년(2018년 4월 만료)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국회의원이 된 지 1년을 조금 넘긴 상황에서 사퇴한 지금과 임기로만 따지면 거의 흡사하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임기 시작 석 달 만에, 그것도 보수정부 시절 그 정부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사퇴한 것은 전무후무하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족의 도덕성 의혹이 불거지자 사퇴한 것도 드문 일이다. 데자뷔라 해도 될 법하다.

당시 그가 최저임금위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랬다. 윤 당시 연구부장은 "최저임금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 어젠더가 됐고, 정치화되다 못해 정치만 남았다"고 말했다. "노사위원이 서로 악다구니하는 구조에선 공익위원이 무의미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노사 양쪽이 사리사욕만 있다 보니 서로 만나지도 않았다. 공익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지난 석 달 동안(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 기간) 열심히 의견을 나누고 타협하려 했던 순간은 한순간도 없었다. 시간 끌기와 아집, 인신공격만 난무하며 한숨짓는 시간뿐이었다"고 했다.

어쩌면 현재 여의도 정치권의 행태에 대입해도 아귀가 맞다. 정치판의 독선과 독재, 도덕성 결여 등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그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을 했었다. 윤 의원의 연설 내용은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전세난은 물론 월세난에 부동산 가격은 청와대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민의 삶은 팍팍함의 끝에 몰린 형국이다.

최저임금 사퇴의 변도 마치 예언 같았다. 윤 의원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이 올해 11.5%에 달한다는 건 더이상 실질적인 최저임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5%(음식숙박업)인 산업에선 이들을 고용한 사업자를 모두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법으로 존중받기 어려운 만큼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수명을 다했다." 실제로 현 정부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실업자가 쏟아졌다. 자영업자와 실업자의 고통을 지적한 것이다. 세입자의 고충을 얘기한 "나는 세입자입니다"와 결을 같이 한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그때보다 높은 15.6%이고, 음식숙박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42.6%까지 치솟았다.

그러면서 윤 당시 연구부장은 "14번이나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근로자단체는 일자리를 잃게 될 근로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선 같은 현상이 도돌이표처럼 벌어지고 있다. 정치판에 이 말을 대입해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정치적 이해타산만 따지는 현 정치판과 무대와 배우만 바뀌었을 뿐 동일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윤 연구부장이 사퇴하자 당시 최저임금위는 "올해 처음으로 공익위원으로 위촉돼 노사가 치열하게 공방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을 했다. '뭘 몰라서 사퇴했다'는 식이었다. 그의 의원직 사퇴 선언 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 처분된 의원이 "사퇴는 도망"이라며, 마치 제명된 채 국회의원 배지를 지키는 게 도리라는 듯 촌극에 가까운 공격 장면까지 연출하는 것을 보면 반응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심지어 청와대에 있으면서 얻은 기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고, 부정대출 의혹까지 받는 사람은 여권에 있다. 재산의 사회환원을 공언했지만 이행했다는 얘기는 안 들린다.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일이지만 그를 비판하는 여권의 인사는 없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5년 전인 당시를 회고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의 수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르기만 하라)여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이나 근거는 듣지 않고 입을 닫게 하려고 다른 이를 모욕하는 것은 다반사였다"고도 했다.

정치판도 다르지 않다. 소신보다 정파 중심의 집단성과 배타성, 냉혹함에 더해 내로남불의 부도덕성까지 두루 갖춘 한국 정치판은 누군가의 또 다른 예언을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덕성의 리트머스지를 국회의사당에 덮으면 무슨 색깔로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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