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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미궁' 살해범 기막힌 인터뷰…태완이법으로 잡았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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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공소시효 오판한 피의자의 오만

1999년 제주 변호사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가 지난 18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999년 제주 변호사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가 지난 18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4시10분쯤 제주국제공항. 손에 수갑을 찬 남성이 경찰관에게 이끌려 호송차량에 탑승합니다. 22년여 전 제주도 변호사 피살 사건의 피의자 김모(55)씨가 제주로 압송된 겁니다. 그는 캄보디아에 거주하다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 경찰로 넘겨졌습니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A 변호사(당시 44세)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사 출신인 A 변호사는 제주 한 도로변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현상금까지 걸면서 수사를 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공소시효가 끝 난 줄 안 김씨가 국내 한 방송에 제 발로 나타난 겁니다. 그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1999년 당시 조직폭력배 두목의 지시를 받아 손모씨를 통해 범행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만 주라고 했지만,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공소시효 끝난줄 알고 인터뷰…22년 전 살인, 딱 걸려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가 지난 27일 오후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가 지난 27일 오후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바빠졌습니다. 범행에 가담한 정황은 짙지만 공소시효가 문제가 된 겁니다. 고심 끝에 경찰은 일명 ‘태완이법’을 적용해 김씨를 검거키로 합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사건해결 카드로 꺼내 든 겁니다. 태완이법은 2015년 7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1999년 황산 테러로 사망한 고(故) 김태완(당시 6세)군 사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미제사건이 된 게 발단이 된 법안입니다.

태완이법을 적용하려면 또다른 걸림돌도 걷어내야 했습니다. 기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15년)로 볼 때 태완이법 시행 전에 이미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A 변호사 살인사건은 당초 2014년 11월 5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경찰이 찾아낸 게 형사소송법 253조 3항 입니다. 용의자가 해외로 도피할 경우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는 법 조항입니다. 경찰이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김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수차례 해외를 오간 사실을 파악한 겁니다.

형사처분 피해 해외도피하면 ‘공소시효 정지’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27일 오후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27일 오후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해외도피 기간 등을 감안할 때 기존 공소시효 중 최소 8개월을 제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이 태완이법 시행 후인 2015년 8월 이후로 늘어난 겁니다. 경찰은 이후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김씨의 신병을 인도받는데 성공합니다. 결국 김씨는 지난 21일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은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로 옮겨가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제주지검이 지난 24일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편성한 겁니다. 대검도 지난 23일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등 살인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거 이후 경찰은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김씨를 조사해왔습니다. 사건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3명은 “김씨가 최소한 A 변호사 사망 현장에는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숨진 A 변호사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상황 등을 두루 꿰고 있답니다. 공소시효를 오판한 김씨가 어디까지 범행에 가담했는지, 범행동기는 무엇인지까지도 털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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