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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만명 현금 내고 타는데…돈통 없애겠단 서울 버스, 왜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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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 설치된 현금통. [강갑생 기자]

시내버스에 설치된 현금통. [강갑생 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의 촉: 현금통과 시내버스

 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일부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현금은 받지 않고, 교통카드로만 타도록 하는 내용의 '현금 승차 폐지'를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입니다.

 대상은 2개 회사의 8개 노선, 171대이며 내년 6월까지 9개월간 시행될 거라고 하는데요. 이들 버스는 운전석 옆에 놓여 있던 현금통을 없애고, 교통카드로만 승차를 허용하게 됩니다.

 당초 내년 3월에 끝낼 계획이었지만 "모니터링을 강화하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로 3개월을 더 늘렸다는 후문인데요. 앞서 대전에서는 7월부터 대전~세종~오송 구간을 운영하는 간선버스의 현금승차를 폐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시는 이런 시범운영에 나선 걸까요? 사실 현금 승차 폐지는 서울 시내 버스업체들의 숙원사업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명의로 현금승차 폐지를 공식으로 시에 건의하기도 했는데요.

시내버스 현금승차 비율. [자료 서울시]

시내버스 현금승차 비율. [자료 서울시]

 서울시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현금승차 비율은 전체 버스 승객의 0.8~0.9%가량입니다. 2004년 12.6%이던 것이 0%대로 급감한 건데요. 그만큼 교통카드 이용이 대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금 승차를 계속 유지하면 우선 운전기사가 현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등 부수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탓에 안전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게 버스업계 주장입니다.

 현금을 정산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하는데요. 버스 회사마다 매일 3~4명의 직원이 그날 모인 현금통을 열어 돈을 세야 하는데 이런 업무에만 서울 버스 전체에서 연간 20억원가량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또 버스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현금을 만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걱정합니다.

버스업체의 현금 정산 장면. [자료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버스업체의 현금 정산 장면. [자료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여기까지 살펴보면 서울시와 버스업계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현금 승차 폐지가 그리 간단하게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현금 승차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승객 수로 따지면 하루 4만명에 달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고령층, 깜박 잊고 카드를 두고 나온 승객, 충전을 제때 못한 학생 등 다양한데요.

 대안없이 현금 승차만 없앴다가는 기사와 승객 간에 적지 않은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충전이나 카드 구입을 위해 편의점 등을 찾다 보면 기다리던 버스를 놓치는 경우도 빈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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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버스 정류장에 모바일 교통카드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 QR코드를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노병춘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불가피한 경우 먼저 탄 뒤 추후에 버스요금을 계좌 이체할 수 있도록 승객에게 안내문을 전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승객 불편이 해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범운영 과정의 꼼꼼한 모니터링과 분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1982년에 도입돼 40년 가까이 사용된 시내버스 현금통,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이를 없애는 과정 역시 심사숙고하고 대안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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