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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크루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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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1961)의 스핀오프인 ‘크루엘라’는 원작에서 빌런(악당)이던 캐릭터의 탄생을 찾아가는 프리퀄 격인 영화다.

에스텔라 혹은 크루엘라로 등장하는 엠마 스톤과, 그의 복수 대상인 바로네스 역의 엠마 톰슨. ‘두 엠마’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그들의 배경에서 끝없이 흐르는 음악은 ‘크루엘라’라는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롤링 스톤즈·퀸·딥 퍼플·더 도어스 등 위대한 밴드부터 낸시 시내트라·니나 시몬·티나 터너·블론디 등 개성적인 여성 보컬까지 이 영화는 OST의 상찬이다.

크루엘라

크루엘라

‘크루엘라’는 음악과 장면을 교묘히 매치시키는데, 그중 엔딩이 대표적이다. 에스텔라의 장례식을 치른 후 이제 오로지 크루엘라로 살기로 결심하며, 그는 말한다. “신나는 음악 좀 듣자. 분위기가 칙칙하군.” 이때 기다렸다는 듯 흘러나오는 전설적인 노래. 바로 롤링 스톤즈의 ‘Sympathy for the Devil’이다. 크루엘라의 성이 드 빌(de Vil)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 곡은 어쩌면 크루엘라의 주제가인 셈인데, 바로네스의 헬먼(Hellman) 홀을 헬(Hell) 홀로 바꾼 크루엘라는 ‘Sympathy for the Devil’이 흐르는 가운데 마치 진짜 악마라도 된 듯, 혹은 지옥의 주인처럼 그곳을 거닌다. 스토리와 캐릭터와 OST 완벽한 결합. 삼위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