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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에도 세금 폭탄…'장특 공제'까지 축소하는 與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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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소득세법 개정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 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ㆍ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발의한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 시가 9억~12억원 주택 소유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당내 반발이 커지면서,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도 담았다.

자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자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우선 양도차익이 클수록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줄인다. 지금은 양도차익에 관계없이 10년 이상 부동산을 거주ㆍ보유하면 각각 40%씩 최대 8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2020년 세법개정) 하지만 개정안은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 40%를 그대로 유지하되, 양도차익에 따라 보유 기간별 과세를 달리하게 된다.

구체적인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율은 양도차익 ▶5억원 이하 최대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최대 30% ▶10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최대 20% ▶15억원 초과 최대 10%다. 양도차익이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의 경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제율이 현행 40%에서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1주택 장기 보유자라도 초고가 주택을 보유해 많은 양도차익이 생겼을 때는 세금 부담을 더 무겁게 가져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했던 1주택자의 양도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기산점도 2023년부터 ‘최종 1주택이 된 시점’부터 다시 산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모두 팔아 1주택자가 됐다면 남은 1주택의 ‘최초 취득 시점’부터 보유ㆍ실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적용받는다. 해당 집을 처음 산 이후 팔 때까지 기간을 모두 따져 공제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정 법안대로라면 다주택자는 1주택이 된 시점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다시 계산한다. 내년부터는 다주택자로 있었던 기간의 보유ㆍ거주 기간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주택자가 1주택이 된 후 3년 이내에 남은 1주택을 매각한다면 아무리 해당 주택을 오래 보유ㆍ거주하더라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는 내년까지 다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되지 않으면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장에는 2022년 말까지 다주택을 처분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지만,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로 ‘매물 잠김’이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 8ㆍ2대책, 7ㆍ10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다주택자들은 되려 ‘버티기’에 들어갔고, 보유세 부담 등에 따라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서다. 너무 자주, 다양한 규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선 ‘내성’이 생겨났다. 계속된 규제로 대책이 나와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듬해 4월 법 시행까지 약 8개월간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 건수는 1만6386건을 기록했다. 1년 전(1만6527건)보다 0.8% 줄었다. 당시 정부는 양도세 중과를 9년 만에 다시 도입했다.

2020년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듬해 6월 법시행까지 약 11개월간 서울의 주택매매 건수도 1년 전(1만4607건)보다 6.7% 감소한 1만3627건이었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 올렸고, 종부세율도 인상했다. 정부에서 다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압박을 가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서울의 주택 증여는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8개월간 1166건에서 1796건으로 54% 늘었고,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1개월 동안은 1963건에서 3151건으로 60.5% 증가했다. 보유세를 내거나 부동산을 매각해 높은 양도세를 물 바에야,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다주택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런 ‘매물 잠김’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매각 시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금 부담 ▶거래절벽에 따른 매도 어려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거래량은 줄고,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 오히려 증여가 급증하고 거래가 감소했다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에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정치적으로는 집값에 따라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경제적으로는 세금을 뽑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했다.

시장이 원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처럼 세 부담을 늘리는 것만으로 매물을 끌어낸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집을 팔더라도 장기 보유에 대한 혜택이 줄다 보니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지게 됐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만 더 커지며 매물 잠김 현상만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심 교수는 “세제는 세입ㆍ세출 예산, 장단기 효과를 고려해 신중하게 개편해야 하는데 기재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여당의 오락가락 개편으로 양도세 등이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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