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제발 변심(變心)하지 말아 주세요.”
전화기 너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목소리는 호소에 가까웠다. 2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더불어민주당 내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하 언론징벌법) 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MBC 기자 출신 초선 의원인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한때 우리도 기자였다’는 글과 함께 6선의 박병석 국회의장(민주당 출신)과 5선인 이낙연 전 대표, 3선 박광온 의원을 차례로 호명했다. 세 사람을 콕 찍은 이유를 물었더니 김 의원의 첫 마디는 “존경했던 언론계 선배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어 “이낙연(동아일보 출신) 전 대표는 유신 독재의 억압에 맞선 동아 자유언론수호 투쟁위 정신을, 박광온(MBC 보도국장 출신) 선배는 언론노조 첨병이었던 MBC 정신을 이어 달라"고 했고, 중앙일보 출신으로 국회 본회의 의사봉을 쥔 박병석 의장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언론징벌법 추진 배경은 뭔가.
- “언론에 보복하고 싶고, 괘씸죄를 물어서 징벌하고 싶은 거다.”
- 민주당 의원 중에는 기자 선배가 특히 많은데.
- “그 선배들이 우리에게 가르쳤던 기자정신은 가진 자, 강자 편에 서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권력 편에 서 있으면서 마치 ‘언론보도 피해구제’라며 약자 편에 선 것처럼 포장한다.”
이 전 대표는 26일 밤 한 토론에서 언론징벌법에 대해 “언론도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고 찬성했고, 박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오히려 기성 언론이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가장 비민주적인 법안에 찬성하는 그 선배들을 보는 게 힘들다”고 했다.
- 8월 내 강행 처리한다는데.
- “함께 싸웠던 기자 후배들에게 떳떳하려면, 이제라도 언론을 겁박해서 정권 비위를 감추고자 하는 언론징벌법의 속살을 드러내는데 함께 해야 한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에는 언론의 가치 덕분에 국회의원이 된 이들이 다수인데도, 이제와 후배 기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언론인 출신 민주당 총선 당선인은 14명이다. 최 의원 역시 지난해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나쁜 권력자에게 언론을 겨눌 큰 칼을 쥐어주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 민주당이 왜 강행 처리하려고 하나.
- “자신들 실패·오점이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로 인한 왜곡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가짜 뉴스 잡겠다며 진짜 뉴스를 이제는 틀어막게 되는 것이다.”
- 향후 전망은.
- “더는 여야 간 논쟁거리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를 바라는 모든 집단과 민주당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기자 출신 민주당 의원들에게 “언론인 선배로서의 품격 있고 훌륭하던 모습을 다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론징벌법을 강행처리 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법안 처리 강행 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