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중국의 ‘조용한 침공’ 당하는 호주,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2021.08.28 08:00

업데이트 2021.08.30 17:15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85)

4대 강국 눈치를 살피는 한국의 소극적 외교, 더는 안 먹힌다. 그들과 협력은 하되, 안보와 주권을 흔드는 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사진 pxhere]

4대 강국 눈치를 살피는 한국의 소극적 외교, 더는 안 먹힌다. 그들과 협력은 하되, 안보와 주권을 흔드는 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사진 pxhere]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넸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면 내리면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 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 밤새워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파인 김동환의 『국경의 밤』 도입부이다. 일제 강점기, 두만강 변 국경 지방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살아가는 한민족의 애환을 그린 시다. 1909년 10월 어느 날,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사. 일본인으로 가장한 안중근이 가슴에 브라우닝 권총 한 자루를 품고 잠입한다. 러일 회담차 기차에서 내리는 초대 조선 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일본 재판관이 사형을 선고하자, “사형보다 더한 형벌은 일본에 없냐”고 외치면서 32살의 나이로 순국한다. 이것이 한국 근대사의 장면들이다.

두만강 건너 러시아, 압록강 건너 중국, 현해탄 건너서는 일본. 한반도는 강국들에 둘러싸여 침략과 방어의 역사를 되풀이했다. 희생과 대가를 치르면서도 강하게 버텨낸 적도 있었고, 조정과 백성들이 함께 무너져 내려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던 수모의 역사도 없지 않았다.

지금 한반도는 어떨까. 그때와 바뀐 게 있을까. 조금도 없다. 중·러·일과는 앞으로도 영원히 국경을 맞대고 있을 것이다. 이 지정학적 리스크는 벗어날 수 없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을 계기로 태평양 건너 미국이 달려와 강력한 안보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이런 엄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 책이 있다. 호주의 크라이브 해밀턴 교수가 쓴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다. 갑작스러운 침공이 아니라 소리 없이 장악한다는 것이다. 부제가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든다 ’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에 대항,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실크로드 ‘일대일로 전략’으로 유라시아에 중국 경제 벨트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아시아 경제권 편입을 원했고, 이를 간파한 중국이 전략적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호주의 대학에는 5만 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이 있다. 돈에 눈이 먼 대학을 중국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다. 중국 공자학원도 중국 역사와 문화 등 홍보 역할을 한다. 교육·경제·문화·종교를 넘어 정치권력에까지 손을 뻗었다. 정당에 기부하고, 선거에서 친중 인사를 당선시켜 중국을 대변한다.

호주는 무역협정을 체결, 베이징에 의존하게 하려 한다. 신소재, 나노기술, 군사 보안과 심지어는 농업 종자 분야까지 조심해야 할 지경이다. 돈과 인력을 앞세운 소프트파워를 통해 접근한다. 중국은 서두르지 않는다. 조용히 서서히 침공한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민주주의와 호주의 아이덴티티를 훼손하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배격해야 한다는 것.

코밑에 국경을 맞댄 한국은 어떨까. 다양한 신분으로 활동하는 중국인이 수천 명이다. 교수가 중국 비판 강의를 하면 달려와 항의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외국인 중 중국인이 산 땅이 압도적으로 많다.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한미 연합훈련, 사드 배치 등에 노골적인 불만이다.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와 압박,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30년, 50년 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 여기에 좌·우파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pxhere]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30년, 50년 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 여기에 좌·우파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pxhere]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는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이 떠나는 순간, 바로 탈레반에 넘어갔다. 카불 공항은 필사적인 탈출로 아비규환이었다. 강 건너 불구경일까. 만약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떠났다면 한국 안보 견고할까. 서쪽의 중국과 북쪽의 러시아가 그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가만히 있을까. “노”라는 답이 나온다면? 심각하게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핵 개발을 포함한 확고한 자강 능력을 한시 바삐 키워 나가야 한다.

한국은 이제 중견 강국이다. 더는 국제 관계에서 나약하고 수동적인 자세는 안된다. 한반도를 에워싼 4강들 틈에서 능동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좋은 기회이다. 그들 4강의 이해가 다른 만큼, 조정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로드맵이 절실한데, 지금 그런 게 없다. 국민교육도 없다. 다시 강국들 패싸움에 휘말려서야 되겠는가. 스위스가 좋은 모델이다. 국제분쟁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가 제네바에만 170여 개나 있는 중립국이다. 그 덕에 1,2차 세계대전도 비껴가고, 500년 동안 전쟁이 없었다. 4강 눈치를 살피는 한국의 소극적 외교, 더는 안 먹힌다. 한반도를 누구도 넘볼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들과 협력은 하되, 안보와 주권을 흔드는 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안보협정이라는 종이쪽지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30년, 50년 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 여기에 좌·우파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임진왜란, 대한제국 멸망은 국론 분열이 결정적이었다. 또 그러면 미래는 없다. 동북아 평화의 중재자로 적극적으로 나서자. 한반도 금수강산에 더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민족의 애환이 서린 두만강, 압록강이 평화의 푸른 물결로 넘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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