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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K벤처' 文의 자화자찬…야당 "K부동산 K언론개혁 어떠냐"

중앙일보

입력

K팝과 K컬처, K뷰티에 이어 ‘K방역’ 그리고 이제는 ‘K벤처’까지 등장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개최한 ‘K+벤처’ 보고회에서 자신의 벤처기업 정책을 한국(Korea)를 상징하는 ‘K자’를 붙인 ‘K벤처’로 규정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이번 행사의 이름을 ‘K+벤처’라고 하면서 이를 ‘K어드벤처’라고 소개했다. ‘어드’는 플러스(+)를 의미하는 영어 ‘Add(애드)’를 뜻한다. 문재인 정부의 벤처 정책에 인위적으로 ‘K브랜드’를 더했다는 뜻이 된다.

문 대통령은 K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된 보고회에서 지난 4년간 벤처기업의 성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4대 벤처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4년여동안 창업ㆍ기술 개발 예산 지원을 2배 넘게 늘리고 벤처투자를 위한 마중물을 어느 정부보다 전폭적으로 확대했다”고 홍보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벤처 정책을 ‘제2의 벤처붐’이라고 규정하며 “제2벤처붐은 규모와 질 양면에서 모두 첫번째 벤처붐보다 성숙하고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의 최대의 업적으로 평가받아온 ‘벤처붐’을 넘어 자신이 더 큰 벤처기업 육성의 성과를 달성했음을 자평한 말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갑자기 'K벤처' 프레임을 내세운 배경에 대해 “벤처 정책을 DJ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인식시키는 등 긍정적 성과를 현 정부의 업적으로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K낙인 찍기’에는 규칙이 있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 정책에는 여지없이 K자가 따라붙고, 부정적 사안에는 K자를 붙이지 않는 패턴이다.

대표적 사례가 사실상의 고유명사가 된 ‘K방역’이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 청와대는 이 사진을 활용해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방역 선진국으로 인정했다"는 대대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 청와대는 이 사진을 활용해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방역 선진국으로 인정했다"는 대대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발생 초기 방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자, K방역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국 사태 등으로 하락했던 여권의 지지율은 K방역 프레임을 바탕으로 급속히 회복했고, 그 결과는 여당의 지난해 4월 총선 압승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K방역이 위기의 문재인 정부를 살리는 ‘만능키’”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거리두기 조치 4단계가 장기화된 이후부터 ‘K방역’을 홍보하는 발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백신 수급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했다. 아킬레스건이던 백신에 K자가 붙은 이유는 그날 회의에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국산 백신의 신속한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달 중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닷새 뒤인 지난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행사였다. 이 정책엔 ‘K케어’보다 더 직접적인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마치며 비대면 참석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마치며 비대면 참석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백신 확보 논란 속에서 진행된 당시 행사에 대해 야권에서 “지난친 홍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언론에서 미국의 ‘오바마 케어’에 빗대 ‘문재인 케어’라고 한 뒤 그렇게 보도되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정책 이해를 돕는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프레임의 효과를 인정한 말이다.

반면 이런 문재인 정부의 'K 드라이브'를 야당에선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9년 검찰 개혁과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호하자"며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 뉴스1

2019년 검찰 개혁과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호하자"며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 뉴스1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기들이 붙이고 싶은 것에만 'K'를 붙일 게 아니라 성과가 미진하거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분야에도 붙여 문제 해결 의지를 다지거나,반성의 계기로 삼는 게 어떠냐"고 했다.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소위 '언론 개혁'을 'K 언론개혁', 편가르기 논란을 낳았던 적폐청산을 'K 청산' 등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폭등과 관련해선 블룸버그 통신 등 해외언론들까지 ‘벼락 거지’를 의미하는 ‘Nightover beggars’라는 말까지 인용해 보도하는 등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며 "‘K부동산’으로 불러도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한국의 부동산 정책 관련 기사. 해당 기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소개하며 '벼락거지'라는 푸념 섞인 신조어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블룸버그 보도 캡쳐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한국의 부동산 정책 관련 기사. 해당 기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소개하며 '벼락거지'라는 푸념 섞인 신조어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블룸버그 보도 캡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정치에서 활용하는 ‘프레임’은 선거를 앞둔 대중에게 강력한 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무기”라며 “K팝 열풍에 기댄 ‘K낙인’을 정부의 정책에 대입시킬 경우 정책의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쉽게 인식시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기자실 대못질’ 한마디로 정의되는 것처럼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최대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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