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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서핑 전문 호텔의 30대 총지배인…“2년간 서퍼만 연구”[잡썰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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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정장에 단정한 넥타이, 희끗희끗하지만 세련되게 넘긴 머리, 중후한 느낌의 중년 남성. 호텔 총지배인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지난 7월 1일 문을 연 강원도 양양군 브리드호텔 양양에는 이런 총지배인이 없다. 호텔 직원들과 같은 유니폼인 티셔츠에 스니커즈를 신은 30대 총지배인이 있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최연소로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한화 호텔&리조트 소속 장민재(39) 총지배인이다.

장민재 브리호텔 양양 총지배인.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장민재 브리호텔 양양 총지배인.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장 총지배인은 브리드호텔 양양이 첫 삽을 뜰 때부터 기획에 참여해 마케팅은 물론 호텔 내 집기까지 모두 직접 골랐다. 장 총지배인은 “이전까지 호텔은 시설 경쟁이었지만, 시설이 낡아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고 리모델링에도 한계가 있다”며 “특별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부지 매입부터 객실 구조까지 맞춤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브리드호텔 양양이 있는 양양 서피비치는 한국관광공사라 ‘2020 한국관광의 별’로 지정할 만큼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여름마다 하루 평균 100~150명의 서퍼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최근에는 50여 명 수준이다. 장 총지배인은 “호텔업계에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콘텐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캠핑‧수상스키‧온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최근 가장 힙(hip) 스포츠로 꼽히는 서핑이 첫 시도가 됐다”고 말했다.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펼쳐진 양양 서피비치에서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펼쳐진 양양 서피비치에서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장 총지배인은 직장 생활 대부분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보냈다. 식‧음료 기획을 맡았을 때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호텔 명절 선물세트를 담당했을 때는 납품업체가 있는 대전에 직접 내려가서 제품 생산을 지켜봤다. 브리드호텔 양양 기획을 맡았을 때는 서퍼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 직접 서핑을 배웠다. 브리드호텔 양양 기획을 시작한 2019년 초부터 꼬박 2년을 서퍼에 매달렸다. 서프보드 보관함부터 서퍼들 사이에 유명한 서프보드 제작 서핑숍과 레스토랑을 호텔 안에 유치했다. 객실 안에 해먹도 비치했다.

브리드호텔 양양에서 가장 작은 객실이 4인실인 것도 서퍼의 특징에 맞추기 위해서다. 일반 호텔이 대부분 2인실로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 총지배인은 “서퍼들은 혼자 서핑을 하지 않고 꼭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 객실은 크게 하고 수면 공간은 분리하는 설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 객실 안에서도 수면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서 여러 명이 투숙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한 객실 안에서도 수면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서 여러 명이 투숙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마케팅은 메타버스(현실과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통해서 한다. 다음 달 메타버스의 가상 플랫폼인 제페토에 브리드호텔 양양이 입점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도 업계 최초다.

메타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호텔과 서핑을 체험한 MZ세대가 실제 호텔 투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미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의중도 있다. 장 총지배인은 “가상세계에 익숙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메타버스에서 간접체험을 하고 ‘서핑 숙소=브리드호텔 양양’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잠재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위는 실제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서 있는 장민재 총지배인, 아래는 메타버스 속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서 있는 장 총지배인의 캐릭터.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위는 실제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서 있는 장민재 총지배인, 아래는 메타버스 속 브리드호텔 양양 앞에 서 있는 장 총지배인의 캐릭터. [사진 한화호텔&리조트]

장 총지배인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호텔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장 총지배인은 “입사 초부터 호텔은 특정 계층만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호텔은 편하고 재미있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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