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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현실? '아프간 난민 온도차'로 본 선진국 조건 [윤석만의 뉴스뻥]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의 예멘인 문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제주도에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없는 나라가 있는데, 무사증 입국불허국가 11개국에 지난 1일부터 예멘을 추가한 상태다. 현재 예멘 난민이 들어와 있고 더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 김의겸 대변인. 2018년 6월 21일 청와대 브리핑.

 “제주도에 들어온 예맨 난민이 우리사회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난민문제에 대해)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난민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8년 7월 6일 원내대책회의.
 2018년 제주 난민 사태 당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수용 반대 여론이 49%로 찬성 39%보다 많았습니다. 그러나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에는 70만 명 넘게 동의했죠.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난민 문제는 대통령의 업무다,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기재부 차원에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권단체 “난민을 범죄자 취급”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 집중적으로 나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잡음을 방지하고 있다... 제주 지역 도민을 중심으로 걱정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나,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와 관계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다." - 김의겸 대변인. 2018년 6월 21일 청와대 브리핑.
 당시 청와대는 식료품과 의료 지원 등을 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치안 강화라는 조치도 함께 내놨습니다. 특히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허위 난민 입국 심사를 강화한다”고 했습니다. 난민 신청 시 SNS 계정 제출 의무화, 박해 사유 엄정 심사 등입니다. 인권단체들은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비판했고요.
 이렇게 난민 이슈가 불거지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2018년 8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찬성 35.8%, 반대 61.1%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아프간 난민 보호 촉구 결의안을 냈지만, 난민 수용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특히 미군기지 수용 뉴스에 다른 온도차를 보였죠.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고, 그리고 그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이고, (난민은 아프간) 인접 국가로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인 300여명을 특별기여자로 입국시켰지만, 미군기지 수용 등 광범위한 난민 수용엔 아직 긍정적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야당은 난민에 적극적

 반면 야당은 난민 수용에 적극적입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제일 먼저 난민 수용을 말했죠. 심지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도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2018년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난민법 폐지법안’을 발의한 것과 비교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선진국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UN난민협약에 가입한지 30년 됐습니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3.5%입니다. 세계 평균은 그 열 배인 37%고요.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란 신화 속에 살았습니다. 그 탓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갖기 쉽죠.
 문제는 정치권이 흑백 논리를 부추기는 겁니다. 현 정권은 인권과 평화를 외치면서, 서해 피살 공무원은 외면하고 야당은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검찰 개악으로 정권 수사 검사들을 내치고, 이제는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립니다. 같은 편은 한 없이 봐주고, 나와 다르면 배척하는 피아구분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로만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문젭니다. 실재하는 갈등과 혼란을 무시한 채 정치적 올바름만 강요해선 안 됩니다. 인권과 평화에 대한 진실한 자세,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죠. 우리가 국제사회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만,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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