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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5단로봇도 담았다…‘아프간 동생’ 선물 챙긴 진천 삼남매

중앙일보

입력

충북 진천에 사는 박시은·은조·채준(왼쪽부터) 등 삼남매가 27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보낼 장난감 상자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진천에 사는 박시은·은조·채준(왼쪽부터) 등 삼남매가 27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보낼 장난감 상자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5단 합체 로봇·뽀로로 캐릭터 상자에 담아 

“아프간 동생들이 장난감 상자를 열면 깜짝 놀라겠죠?”
충북 진천 삼수초에 다니는 박채준(9)군은 지난 27일 자신이 가장 아끼는 5단 합체 로봇을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박군은 “로봇을 분리해서 보내면 조립을 하지 못할까 봐 합체된 상태로 전달할 예정”이라며 “실내 생활이 답답하겠지만, 아프간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 집 거실에는 종이상자를 가득 채운 장난감이 보였다. 박군과 누나 시은(11)양, 동생 은조(6)양이 진천에서 두 달간 생활할 아프가니스탄 아동들에게 전달할 선물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아프간인 377명 중 만 6세 이하 아동이 110명(29%)에 달한다. 범정부 지원단이 자가격리가 끝나는 2주 뒤 인재개발원 안에 임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이유다.

삼남매가 심사숙고 끝에 모은 장난감은 종류가 다양했다. ‘겨울왕국’ 퍼즐과 딱지, 만화 주인공 피규어, 미니 자동차, 공룡 모형,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크롱 장난감 등 30여 개가 담겨있었다. 대부분 산 지 얼마 안 된 것들이다.

갓난아기를 안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이들이 지난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갓난아기를 안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이들이 지난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픈 기억 지우고, 행복하기 지내길” 소망

색연필과 색칠 공부 책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탕도 넣었다. 시은양은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동생 또래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고 했다. 이들 삼남매는 아프간인 수용시설이 진천으로 확정된 지난 25일 장난감 선물을 준비했다.

엄마 이자영(39)씨는 “언론을 통해 카불 공항에서 탈출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사진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남매에게 아프간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인재개발원에 장난감을 보내주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25일 진천군청에 전화해 “장난감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군청은 이씨에게 고마움을 표한 뒤 구호 물품 등과 함께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씨는 색종이와 자신이 직접 만든 미로찾기 워크북도 보낼 계획이다. 그는 “뭔가에 집중하면 아프간에서 있었던 안 좋은 추억을 덜 생각할 것 같아서 워크북을 준비했다”며 “한국에 들어온 아프간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는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천군 덕산읍과 맹동면 주민 대표 등은 아프간인 수용을 합의했지만, 혁신도시 인터넷 모임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27일 오후 임시 수용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아이들이 창밖으로 손인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27일 오후 임시 수용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아이들이 창밖으로 손인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프간인 수용 반발에 “위험에 처한 이들 도와야”

이에 대해 이씨는 “인재개발원이 지난해 우한 교민의 격리 시설로 쓰인 뒤 또다시 외국인을 수용한다고 하니 걱정하는 분들도 꽤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를 도왔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모두가 보듬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삼남매가 장난감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올렸다. 게시물을 보고 지인 4명이 “장난감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진천읍에서 마카롱 가게를 하는 A씨(28)는 손수 만든 마카롱을 인재개발원에 보낼 계획이다. A씨는 “초등학교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입국한 아프간 아이들에게 마카롱을 주고 싶은 생각이 났다”며 “우리 국민도 언제든지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진천에 온 아프간인들이 한국을 좋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천군청에는 이틀 전부터 아프간인들에게 구호 물품을 주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군은 자원봉사센터 인력을 활용해 아프간인들에게 할랄 음식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 구호 물품에 대한 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다. 정부 테스크포스(TF) 관계자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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