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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탄소중립 시나리오, 해외 포함” 반기문 비판하자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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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글로벌 녹색성장기구 의장)이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 역할' 특별세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글로벌 녹색성장기구 의장)이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 역할' 특별세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초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이 영(零·0)이 아닌 탄소 중립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발표한 것과 관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하고 나서자 탄중위 윤순진 위원장이 해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7일 오후에 열린 한국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대표 이우균·문태훈) 발족 8주년 기념 '한국 지속가능발전 포럼'에서 벌어진 일이다.

27일 열린 한국 지속가능 발전 포럼의 행사 포스터.

27일 열린 한국 지속가능 발전 포럼의 행사 포스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서 반 전 사무총장이 실시간으로 직접 기조연설에 나섰고, 윤 위원장도 주제 발표를 맡았다.

반기문 "탄소중립은 정치 의지 문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7일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7일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반 전 사무총장은 "탄소중립 이행은 정치 의지에 관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후 2050 탄소중립을 천명한 게 다섯 차례인데,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시나리오까지 포함한 것은 대통령 말에 토를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2050 탄소중립을 책임질 회의를 만들라고 내게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가 어물쩍거리는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내가 주도한)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이 쉬워서 한 게 아니다"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회고록에도 나오지만 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고 2009~2015년 다섯 차례나 정상회의를 주최한 덕분"이라고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의 안일한 자세를 지적했다.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순(純) 배출량을 영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탄소중립위는 지난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가지 안을 발표했다.

시나리오 1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1540만t으로, 2안은 1870만t으로 줄이는 것이고, 3안은 순배출량을 영으로, 즉 '넷제로(Net Zero)'를 실현하는 내용이다.

환경단체에서는 1안과 2안을 두고 "탄소 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며 비판했다.
이날도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 사무실 앞에서는 기후활동가와 시민 30여 명이 모여 "탄중위를 해체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윤순진 "시나리오에 대한 오해 많아"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위원장은 "많은 분이 시나리오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데, 시나리오대로 가자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조건과 전제를 달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게 시나리오"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고, 국민과 기업이 같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1안과 2안은 국내 순 배출이 0이 아닌데, 이는 국제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다 줄이지 못한다면 해외에서 줄이고, 그래서 만든 '배출권'을 국내로 가져와 해결한다는 것이고, 3안의 경우는 해외에서 줄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윤 위원장은 "그렇다고 해외에서 줄이자는 게 아니라, 그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역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게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포집·이용·저장(CCUS) 기술이 가진 과학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부담을 생각할 때, 1안과 2안을 따를 경우 CCUS 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해외 감축은 실현 가능성 희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및 이용 기술 개념도. [중앙포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및 이용 기술 개념도. [중앙포토]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숙명여대 안영환 기후환경에너지학 교수는 "파리협정에 따라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에서 감축해 배출권을 가져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국내에서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보면 선진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도 가계 부담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며 "투자비가 들어가지만, 전력 생산도 늘고, 연료비가 줄기 때문에 발전단가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노상환 경남대 교수(한국 환경정책학회장)는 "IEA 보고서를 해석할 때 한국의 경우 에너지 가격이 낮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 부담이 줄어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토론자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탄소중립 원년'이라는 올해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부터 당장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지속가능성 점수는 세계 28위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 지수 국제 비교 평가에서 한국은 78.6%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성평등·불평등·기후행동·수중생태·육상생태·파트너십 등 6개 목표는 개선이 잘 안 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분류됐다.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 지수 국제 비교 평가에서 한국은 78.6%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성평등·불평등·기후행동·수중생태·육상생태·파트너십 등 6개 목표는 개선이 잘 안 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분류됐다.

한편, 양수길 SDSN 명예회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과 한국판 뉴딜,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 달성 등을 조율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수길 한국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 명예회장.

양수길 한국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 명예회장.

그는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 지수 국제 비교 평가에서 한국은 78.6%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돼 세계 28위의 성적을 거뒀지만, 17개 발전 목표 가운데 성평등·불평등·기후행동·수중생태·육상생태·파트너십 등 6개 목표는 개선이 잘 안 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육상생태의 경우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양 명예회장은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부활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추진할 거버넌스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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