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週 漢字] 像(상)-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허우적대는 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1호 31면

한자 8/28

한자 8/28

『한자어원사전』에 따르면 “像(형상 상)… 형성. 人(사람 인)이 의미부고 象(코끼리 상)이 소리부로, 사람(人)들이 상상하는 코끼리(象)의 ‘모습’을 말하며, 이후 ‘비슷하다’, ‘닮았다’는 뜻이 나왔다”고 돼 있다. 꽤 간단한 풀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거의 비슷한 뜻으로 쓰일 뿐 아니라 독음까지 똑같은 글자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像 말고도 象·狀·相이 더 있다. 예컨대 像의 풀이인 ‘형상(○○)’만 봐도 그렇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형상 4 形象/形像 1.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2. 마음과 감각에 의하여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표현함. 또는 그런 형태.”, “형상 2 形狀 1.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2. 어떤 일의 형편이나 정황.”, “형상 3 形相 1.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2. (철학) 형상을 인식론적 관점에서 표현하는 플라톤의 용어”라고 돼 있다. 1번 뜻을 보면 다 같다. 앞서 ‘형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실은 여기에 있다.

形像·形象의 像을 먼저 보면, 1번 뜻으로는 偶像(우상)·現像(현상: ‘사진 현상’)을, 2번 뜻으로는 想像(상상)을 예로 들 수 있다. 象의 경우, 1과 2 각각 象徵(상징)·現象(현상)과 印象(인상)·表象(표상)을 볼 수 있다. 狀의 1엔 症狀(증상)이, 2엔 現狀(현상: 현재 상태)·狀況(상황)이 있다. 끝으로 相의 1엔 相形(상형: 얼굴 모양)·骨相(골상)·手相(수상)·足相(족상) 또 불가에서 말하는 我相이 있고, 2는 質料(질료)와 곧잘 함께 쓰이기도 한다.

이렇듯 이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상’은 물론 그것들에서 파생하는 ‘상’에서 당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을 범박하게 image 정도로 옮겨 본다면, 그 이미지의 범람(汎濫·氾濫)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다. 솔직히 그 범람이란 말조차도 뭔가 모자란 듯싶다. 이 몸에 들러붙은 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이윽고 나를 삼켜버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어쩌면 현시대적 ‘나’와 ‘나의 이미지’, 곧 我相의 무한한 이상 증식에 매몰돼 버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은 ‘나’와 ‘나의 이미지’에 대한, 그 무한한 執着(집착)과 그것에서 비롯하는, 이른바 無繩自縛(무승자박)의 고통에서 잠깐이라도 해방돼 當處(당처)에 집중하고픈 생각뿐이다. 이것도 집착이라면 집착이겠지만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