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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 해소”vs“불법 영업” 전문직도 플랫폼과 전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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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11면

[SPECIAL REPORT]
플랫폼 비즈니스 빛과 그림자

6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법률플랫폼 로톡 광고가 설치되어 있다. 로톡은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헌법소원,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이어져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뉴시스]

6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법률플랫폼 로톡 광고가 설치되어 있다. 로톡은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헌법소원,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이어져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뉴시스]

지난 7월 A씨는 법률 플랫폼 서비스인 로톡을 통해 찾은 변호사와 두 번의 전화 상담을 했다. 자신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A씨가 선택한 변호사의 전화 상담 비용은 15분당 2만5000원. 두 차례 통화를 한 A씨는 5만원을 지불했다. A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전에 작성한 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며 “소액으로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해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고, 법적 자문 등 법률 서비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커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일명 레몬마켓(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히는 법률, 의료 등 전문 영역에도 온라인 플랫폼이 들어섰다. ‘로톡’은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를 대중화하겠다는 목적으로 2014년에 출범했다. 실제로 A씨가 지불한 비용은 통상 서초동 법조타운 변호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시간당 상담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굳이 서초동 법률타운 등을 찾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법률 상담을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로톡에서 이뤄진 월 평균 상담 건수는 2만277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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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갈등도 시작됐다. 지난 5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변협은 4일부터 경제적 대가(광고비 등 명칭 무관)를 받고 법률 상담을 알선하는 자에게 변호사가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신설된 광고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 온라인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 1440여명(일부 중복)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 진정도 접수됐다. 변호사법에 따라 변협의 규정을 위반한 변호사는 견책부터 영구제명에 이르는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변협 측은 “법률 플랫폼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공간을 바꾼 불법 사무장 로펌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무장 로펌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변호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운영하는 형태로 불법이다. 변협 측은 “법률 플랫폼이 불법적인 온라인 사무장의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을 종속시켜 지휘·통제하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라고도 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지난 19일 “법률 플랫폼을 허용하면 대기업이 자본이 법조계를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로톡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는 지난 5월 플랫폼에 가입한 60명의 변호사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또 6월에는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변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사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비로 운영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법률 상담 및 사건 수임에 있어서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에 참여한 서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란)는 “오히려 법률 플랫폼이 사무장 로펌을 없애고, 변호사와 직접 상담할 수 있도록 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변협 측의 강한 조치에 변호사들의 플랫폼 이탈 현상도 시작됐다. 최근 로톡 가입 변호사는 2855명(8월 3일 기준)으로 지난 3월 3966명 대비 28%나 감소했다.

일단 법무부는 로톡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24일 관련 브리핑에서 “변호사와 이용자 간 계약 체결에 관여하지 않고, 변호사로부터 정액의 광고료를 취득하는 광고형 플랫폼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변화임을 전제로 리걸테크 T/F를 구성해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변협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공정위에 고발하며 ‘맞불’을 놓아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한동안 양측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의사·세무사 등 이른바 ‘사’자 전문직 업계와 플랫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각 분야 직능 단체들과 플랫폼 업체 사이 고소·고발 등이 이어지며 법률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의료 서비스 분야도 갈등이 심하다. 의료 업계는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에 반발하고 있다. ‘강남언니’ ‘바비톡’ 등은 잘못된 성형 정보를 바로잡고, 풍부한 후기와 투명한 가격을 제공해 의료시장의 비대칭성을 바로잡는다는 목적으로 출시된 미용·성형 플랫폼이다.

‘강남언니’는 지난달 기준 등록 의사 수가 2200명을 넘어서는 등 의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강남언니 상담서비스를 통해 성형수술을 받은 이진경(26)씨는 “성형수술은 의사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수술 후기를 찾아보는 게 필수”라며 “병원 상담 시간이 3분 남짓인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가격 비교도 가능하고, 의사에게 직접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측은 강남언니를 비롯한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의 활동이 불법 광고에 해당한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발한다. 의사협회 측은 “의료법에 따라 환자유인행위, 의료 광고 금지 규정에 저촉된다”며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남언니 관계자는 “강남언니의 의료광고나 시술 후기가 의료법상 문제가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단지 의협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일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는 규제하지 않으면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막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라고도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의 갈등도 진행형이다. 부동산중개 업계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중개업 진출에 반발하고 있다. ‘직방’은 지난 6월부터 부동산 전문가들이 직방에서 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물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해 허위매물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계약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수수료는 중개사와 50%씩 나눈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7월 “공인중개사로부터 획득한 부동산정보와 광고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직접 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상도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자본과 정보력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한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를 반반씩 나누어 갖자는 것”이라고 했다. 중개사협회는 ‘집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 0원, 집 구할 때 중개수수료 반값’ 슬로건을 내세운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윈중개와 수수료 할인을 내세운 집토스, 트러트스 등 여러 부동산 플랫폼을 고발한 바 있다.

종합소득세 신고, 세금 환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삼쩜삼’을 운영하는 세무회계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3월 세무사회로부터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을 당했다.

"플랫폼 서비스 품질 검증할 필요”

전문가들은 전문 플랫폼 갈등의 원인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꼽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 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가격이 불투명한 시장”이라며 “플랫폼으로 가격이 알려지고, 경쟁이 시작되면 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기존 업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에 정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이 소비자에겐 득이 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단체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측면에서는 플랫폼과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법률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 일부 소비자 중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고소장 내용이 성의 없고, 제대로 쟁점이 되는 부분도 정리가 안 됐다”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위 교수는 “사람들은 보통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의심하지 않고 이용하기 때문에 플랫폼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객관성 등을 끊임없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법률이나 의료 영역은 피해가 생겼을 때 회복이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타 플랫폼보다 더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성도 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가격 경쟁으로 저품질 서비스가 우려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금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부분이 더 크다”며 “정부는 신생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단 여러 플랫폼 간 원활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민의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차원에서 플랫폼과 전문가 집단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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