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궁극의 언어’ 코딩, 비인간성 어떻게 풀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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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26면

코딩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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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딩을 통해 알고리즘을 구현했지만, 정작 휴머니즘을 구현하진 못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운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재조명해 보자. 인류는 지금까지 세 번의 언어 발달 과정을 거쳐왔다. 그것은 ‘말’, ‘문자’, ‘코딩’이다.

인간의 언어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태초에 모든 포유류가 짐승의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유독 인간만이 어느 순간 말문이 틔었다. 인류 최초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건 인류 진화의 의미심장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진화는 고통을 수반하게 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400만 년 전, 인류는 직립 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척추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고 3만 년 전부터는 음식을 먹다가 질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게 무슨 자랑인가 싶겠지만, 이 또한 인류 진화의 위대한 사건이다. 인간은 발성을 담당하는 후두가 목구멍 깊숙이 들어가는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음식을 먹다가 질식할 수도 있게 됐지만, 덕분에 정교하게 발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비로소 짐승의 울음소리가 아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정성·정확성·투명성·윤리성 문제도

코딩수업은 이제 학교에서 의무화 됐다. 사진은 AI 코딩 수업을 받고 있는 경북 의성군 안계초 학생들. [연합뉴스]

코딩수업은 이제 학교에서 의무화 됐다. 사진은 AI 코딩 수업을 받고 있는 경북 의성군 안계초 학생들. [연합뉴스]

수백만 년 동안 먹고 자고 새끼를 낳는 일 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던 인류가 언어의 꽃을 피우며 만개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엄청나게 창의적인 동굴벽화를 그리고 제사를 지내고 활과 낚시로 협동심을 발휘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정교한 언어 체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크로마뇽인이었고 비로소 언어를 사용한 문화인의 탄생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문화, 즉 구술문화는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정점에 다다른다. 대표적인 인물이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말’이라는 언어의 쓰임을 격상시켰다. 특히 질문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산파술’을 터득했으며,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언사로 구술문화의 정점을 찍었다. 다만 그는 말하기를 강조했을 뿐 글쓰기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는 어떤 저작도 남기지 않았는데, 그의 제자인 플라톤은 달랐다. 플라톤은 당시의 가장 경이로운 발명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알파벳에 주목했고 그 문자를 이용해 스승의 언사를 몰래 기록했다.

그 몰래 한 기록이 우리가 알고 있는 『파이드로스』 『크리톤』 『파이돈』이다. 그것들은 전부 소크라테스의 격언집이지만 정작 저작권자는 플라톤으로 돼 있다. 그렇게 인류는 구술문화에 이어 문자문화 시대에 돌입했다. 대화와 질문을 통해서만 정보 전달이 가능했던 일이 문자를 기록함으로써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수천 년을 이어올 수 있는 언어, 즉 인류의 자산이 됐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6세기에 이르자 문자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인쇄기의 발명은 인류의 ‘질식사’에 버금가는 위대한 사건이었다. 일부 고위층과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던 정보는 인쇄기를 타고 일반 대중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물론 그에 따른 저항도 있었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쓴 글자만이 진정한 문자라고 인식하는 시대적 정서가 있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지식이란 지식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시대의 흐름을 멈추지는 못했다. 책을 누구나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책을 통해서 정보는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고 독서로 무장한 군중은 비로소 집단지성을 형성하며 문자 문화의 황금기를 열었다.

벤츠 리무진의 자율주행시스템 테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벤츠 리무진의 자율주행시스템 테스트. [로이터=연합뉴스]

그리고 21세기, 인류는 말과 문자에 이어 또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혹은 사물과 교류할 수 있는 언어였다. 그 언어는 C, 자바, 파이선 등 여러 가지 언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인간만이 주고받는 6000여 가지의 언어에 비하면 매우 간결하고, 방언이나 논리적 오류가 없으며 국가와 인종, 문화와 지방색을 초월해 모두가 동일하게 사용한다. 사람들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를 다른 언어와 구분하였으며, 그것을 가리켜 코딩이라고 한다.

개발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코딩은 어느덧 그 쓰임새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코딩 교육이 의무화가 됐고 요즘 학생들은 ‘국·영·수’가 아니라 ‘국·영·수·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직장도 달라졌다. ‘업무 자동화’라며 많은 기업들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업무가 자동화되려면 모든 직원에게 시스템적 사고가 요구된다. 결국 RPA란 코딩 역량을 갖춘 직원들만이 유리한 업무 방식이나 다름없다.

어느 전통적인 제조업 인사담당자는 직원 채용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롭게 개발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과 백엔드(back-end) 개발이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비개발직군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파이선(Python) 프로그래밍 언어 지식을 질문하는 바람에 지원자들을 당혹게 하기도 했다.

기업용 업무 자동화 및 협업 솔루션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업용 업무 자동화 및 협업 솔루션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제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서라도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직장이라면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들이 배운 코딩은 앞으로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고 인공지능을 구현할 머신러닝을 만들며, 사물인터넷(IoT)을 현실로 만들고 현실을 초월하는 메타버스도 만들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코딩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거의 모든 사물을 다룰 수 있는 궁극의 언어지만, 사람이 주고받는 ‘자연어’가 아니라 ‘인공언어’이다. 이런 언어의 한계일까? 간혹 인간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간에 대한 감수성 부족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검색엔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거꾸로 그것은 우리의 검색 결과나 개인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우리를 특정 정보에 노출시키기도 하고 어떤 정보는 제외시키기도 한다. 구글과 네이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이 이와 같다.

범죄 예방 인공지능, 흑인에 더 가혹

가령 넷플릭스는 나의 취향을 한정된 정보로만 판단하고 나에게 특이한 취향의 영화를 계속 추천하기도 한다. 인스타와 페이스북은 계속해서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자꾸 보라고 알려준다. 아마존은 어찌 된 영문인지 나의 생리 주기를 알고 있으며, 유튜브는 ‘문어’를 검색하니까 자꾸 ‘주호민(만화가)’을 보여 준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어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행자를 다치게 한다거나, 어느 범죄 예방 인공지능은 유독 흑인한테만 가혹했으며, 어느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배달노동자를 혹사시켜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다. 또 어떤 신용평가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진화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인가 보다. 인류가 직립 보행을 시작하니까 척추 질환이 왔고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 질식사가 온 것처럼, 우리가 코딩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알고리즘이 때론 인간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사물과 대화를 하는 궁극의 언어, 코딩을 사용하면서 간과한 것이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것이 공정성, 정확성, 투명성, 윤리성의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었다. 우리는 코딩을 통해 알고리즘을 구현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휴머니즘을 망각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오민수의 코딩 휴머니즘’을 통해 코딩과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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