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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통해 느끼는 물과 인간의 관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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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20면

수영의 이유

수영의 이유

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김영사

누구에게나 수영이나 물에 관한 기억 혹은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간 수영장에서 한 달 동안 발차기만 하다가 수영에 흥미를 잃었던 기억, 학창시절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다 순간적으로 발이 닿지 않아 물에 빠져 죽을 것 같다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마도 여기서 그쳤다면 나는 여전히 비수영인이었겠지만, 호주여행 중 만난 외국 친구가 강이든 바다든 수영장이든 어디든 물만 만나면 뛰어들어 유영하는 모습이 부러워 다시 수영장을 찾을 용기를 냈고 다행히 발차기의 고비를 넘겨 지금은 수영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이런 내게 누군가 수영의 이유를 묻는다면? 생존 그 자체이기도 하고, 즐거움이자 자유라고 거창하게 말할 거다. 물에 빠졌을 때 살아남기 위함이고, 여행지에서 즐길 거리를 추가하기 위해서다. 또 물속에서 유영하는 자유를 보태 좀 더 거룩하게 말해보자면 인생이 풍요로워졌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수영의 이유』는 수영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수영은 운동 이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다. 먼저 생존이다. 물에 빠졌을 때 살아남기 위한 생존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37만2000명이 물에 빠져 죽는다. 날마다 한 시간에 40명 넘게 익사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물에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수영을 해야만 했다. 수영은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수영을 많이 할수록 오래 산다는 의미다. 노령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수영을 다룬 만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수영이 인기라고 한다. 또 수영은 혼자 하는 활동이지만, 물 안에서 질서를 찾고,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수영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찾게 해준다고 하면 과잉 해석일까.

책은 수영에 관한 가벼운 에세이라기엔 훨씬 무게감이 있다. 각 잡고 읽고 나면 물에 뛰어들고 싶어질 수도 있다. 어느샌가 집 근처 수영장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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