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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확장 ‘네카라쿠배’ 독점적 지위 악용, 맘대로 수수료 올려도 제재 못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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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08면

[SPECIAL REPORT]
플랫폼 비즈니스 빛과 그림자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렸던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시행된 지난 4월 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T 택시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렸던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시행된 지난 4월 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T 택시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플랫폼은 보통 기차나 버스 역에서 승객(소비자)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철로나 승차장 옆에 지면보다 높게 설치해 놓은 평평한 판을 말한다. 각종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과 소비자를 연결(중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쇼핑·배달·택시와 같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부터 법률·의료·부동산 등 전문분야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들의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일부에서는 기-승-전-플랫폼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것인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시장 장악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확대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결과다. O2O 서비스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렌터카를 호출하고, 숙박을 예약하는 등 실시간으로 공급자와 이용자를 이어주는 일종의 중개 서비스다. 판매업자는 플랫폼 상에 노출하는 효과로, 소비자는 각종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하는 대가로 각각 플랫폼 업체에 수수료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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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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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월 발표한 ‘2020 O2O 서비스 산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에서 이뤄진 총 거래액은 126조원 규모다.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23개 늘어난 678개에 달했다. 플랫폼 기업 수는 증가했지만 서비스별 ‘잘나가는’ 플랫폼은 정해져 있다.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 호출, 대리운전 호출, 전기자전거 공유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택시호출 시장에서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5만 명 가운데 23만 명이 카카오T에 가입했다. 7월 기준 앱 가입자 수는 2800만 명에 이른다.

사실상 택시 시장을 점령한 카카오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단행해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는 지난 2일 정액제(최대 2000원)로 운영하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수요 공급에 따라 최대 5000원까지 부과하는 탄력요금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호출은 카카오가 2018년부터 시행한 유료 서비스로, 1000~2000원의 추가금을 내면 택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다. 변경된 요금제에 따르면 소비자는 상황에 따라 택시 기본요금인 3800원보다 더 많은 호출비를 낼 수도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논란이 일자 카카오는 시행 12일 만인 지난 13일 스마트호출 이용료 한도를 최대 2000원으로 낮춘 변경안을 밝혔다. 최대 금액 범위가 줄었지만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기존에는 심야에만 적용됐던 최대 요금 2000원을 상시 적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카오가 또 다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한다 해도 정부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택시업체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인 탓이다. 택시요금의 경우 정부의 주요물가 안정 품목 중 하나로 요금을 인상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지난 4월 완화한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신고만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 멤버십’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월 9만9000원의 정액제 상품인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가입한 기사에 한해 각종 배차 혜택은 물론 원하는 방향의 고객 호출을 먼저 받을 수 있게 했다. 콜이 많은 지역을 짙은 색으로 표시해주는 실시간 수요지도와 단골로 등록한 손님을 우선 배치해주는 단골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단체는 “독점적인 택시 호출 시장 지위를 악용한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카카오는 프로 멤버십의 할인 기간을 9월 말까지로 연장했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서 1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김성호(가명·51)씨는 “프로 멤버십을 이용하니 콜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해 수입이 늘었다”면서도 “월 평균 120만원 가량 손에 쥐는데, 그중 10만원 가까운 이용료는 부담이 크지만 콜이 가입자에게 우선으로 돌아간다면 가입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할인 혜택이 끝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 123곳 늘어나 678곳

자영업자에겐 배달앱이 양날의 검과 같다. 가게 홍보에 도움이 되지만 정액제 광고는 부담이다. 배민은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과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리스트’를 통해 주문한 건에 대해 6.8%의 중개 수수료 부과한다. 요기요와 쿠팡잇츠도 비슷한 서비스에 각각 12.5%, 15%의 수수료를 책정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 구역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재석(가명·49)씨는 대표 배달앱 3개를 모두 이용 중이다. 여기에 드는 홍보 비용만 매달 100만원에 달한다. 카드 결제 수수료 3.3%와 배달 대행업체에 지불하는 건당 배달비(1300~2500원)는 별도다.

한 번에 한 집에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는 수수료가 더 높다. 쿠팡잇츠와 배민원의 단건 배달 중개 수수료는 각각 15%, 12%다. 두 업체 모두 6000원의 배달 요금이 따로 붙는다. 소비자가 단건 배달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업주들은 비싼 배달비를 감수하며 단건 배달에 입점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석현주(가명·38)씨는 “단건 배달비가 샌드위치 가격과 맞먹는 6000~7000원에 달하지만 소비자 부담을 2000원 이상으로 책정하면 주문이 줄어 차액을 대부분 업주가 부담한다”며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설정하거나 매장에 비해 가격을 500원이라도 올려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는 플랫폼 자체의 문제가 아닌 시장을 차지한 후 독과점 행위를 하는 데 있다. 택시 기사 김영배(가명·50)씨는 “카카오 블루를 하기 전에 일반 법인에서 택시 운전을 할 때 중개 앱 세 개를 깔고 운전했는데 카카오 외 다른 2개는 콜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며 “손님들에게 다른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카카오T가 가장 편하다니 손님이나 우리나 하나의 플랫폼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은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 카카오의 경우 2010년 3월 무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출발했다.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국민 메신저’로 입지를 굳혀 사용자를 확보한 후 ‘선물하기’ 기능을 시작으로 유료 이모티콘 서비스와 플러스 친구 서비스 등 수익 모델 확장에 나섰다. 2014년 다음과 합병 후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 페이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TV 등 택시·은행·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다.

올 2분기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우리나라 인구수와 맞먹는 4662만3000명에 달한다. 절대적인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한 카카오의 계열사는 158개(6월 기준)에 이른다. 올 1분기 이후 세 달 만에 19개가 늘었다. 네이버 역시 1999년 온라인 검색 포털로 등장해 현재까지 5400만 명의 회원수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스토어·웹툰·음악·광고는 물론이고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플랫폼 사업 확장은 복합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딜카 인수를 승인하며 플랫폼 기업이 사업 영역과 영향력을 넓히는 것을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 등 기업결합을 통해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복합적인 지배력’을 키우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플랫폼 기업이 인수를 통해 확장할 경우 다른 영역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며 “플랫폼 기업 결합에 대한 심사 기준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일반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과는 특성이 달라 다각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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