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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저항…항생제 무력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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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21면

내성 전쟁

내성 전쟁

내성 전쟁 무하마드 H. 자만 지음, 박유진 옮김, 7분의언덕

‘듣기 좋은 꽃 노래도 하루 이틀’이라는 속담처럼 뭐든지 반복하면 감동이나 반응이 차츰 줄게 마련이다. 감정뿐 아니라 신체 반응도 마찬가지다. 동일 약물을 지속해서, 반복 사용하면 반응이 감소하고 내성(耐性)이 생긴다. 약물이 작용하는 미생물이나 암세포 등이 저항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 보스턴대 의공학·국제보건학 교수인 지은이는 약물 내성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이에 맞서는 인류의 노력을 소개한다.

내성은 특히 항생제를 무력화한다. 미생물에서 돌연변이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자연 선택하고 진화한 결과다. 동일 항생제를 장기간 쓸 때는 물론, 항생제가 잔류한 육류 등을 섭취해도 내성이 전달된다.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병원체에 감염되면 백약이 무효다. 약이나 돈이 없는 지역·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3만5000명 이상이 다제내성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는다. 최고의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내성으로 희생되는 사람은 유방암·에이즈·당뇨합병증 등 익숙한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많다는 통계 앞에선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암·에이즈는 인류의 노력으로 사망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약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속해서, 그리고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가을 인구 1500만의 파키스탄 항구도시 카라치에선 장티푸스가 집단 발병했다. 당시 유행은 일선 치료제 대부분에 내성이 있는 광범위 약제 내성(XDR) 장티푸스가 주도했다. 그 결과 사태가 4년 가까이 계속됐다.

미국인을 포함해 파키스탄을 다녀온 외국인 중에도 XDR에 걸린 사람이 생겼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코로나19만이 아니다. 내성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진행될 미생물과 인간의 전쟁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은이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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