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당 내 신중론에도 귀 막고 달리는 與…언론법 운명은 송영길에?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18:03

업데이트 2021.08.27 23:06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7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강행처리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국내외 언론단체와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란 신중론이 분출하고 있지만, 일단 예정대로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본회의 당일 비공개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기로 해 최종 결정은 뒤로 미뤄놓았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석회의를 열고 “8월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0일 의원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의원들에게 이 법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묵살된 ‘신중론’…지도부 주변 강경파 포진

이날 연석회의는 전날 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비공개 워크숍에서 의원 7명이 잇따라 ‘속도 조절론’을 주장한 뒤 급히 소집됐다. 전날 워크숍에선 “일부 조항이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노웅래 의원), “언론중재법은 국민과 소통하며 나아가야 한다”(박재호 의원), “예외 조항이 있어도 전체 언론의 취재·보도를 위축시킬 것”(조응천 의원)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소집한 언론중재법 관련 미디어특위·법사위원·문체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소집한 언론중재법 관련 미디어특위·법사위원·문체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워크숍에서의 신중론 분출로 당 지도부의 강행처리 입장이 후퇴하거나, 최소한 일부 문제 조항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연석회의에선 언론중재법의 독소조항 삭제 여부 등에 대해선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는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과 부위원장 김승원 의원 등 ‘언론법 강경파’가 회의를 주도했기 때문","자기들 손으로 법안을 만든 사람들이 다시 모여 토론한다고 해서 입장이 바뀌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어차피 답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보여주기식 면피용 프로세스라는 뜻이다.

미디어혁신특위 소속인 한 원내대변인은 당내 ‘신중론’과 관련해 “법안을 잘 모르고 그냥 들리는 얘기, 기사에서 보는 내용 가지고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런데 법안 내용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빨리 처리해야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잘 모르니깐 반대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들 강경파가 당 지도부의 눈과 귀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재갈법 행동대장’이라 불리는 김용민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이 오를 때마다 논의를 주도해 왔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 25일 회의다. 비공개회의에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반대 성명이 거론되자, 김 의원은 “민변은 더 센 법안을 원한다”고 왜곡해 설명했다. 송영길 대표가 국경없는기자회(RSF)의 반대 성명에 대해 “그건 뭣도 모르니까”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건, 김 의원의 설명을 들은 직후였다.

 ‘언론재갈법의 코디네이터’라 불리는 김승원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을 총괄 지휘하는 윤호중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이다. 김 의원은 자신이 속한 문체위에서 1차 법안처리를 주도한 뒤, 이후엔 법사위로 옮겨와 언론중재법의 체계·자구심사까지 모든 입법 과정에 관여했다. 이러니 “지도부가 끝까지 언론법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한 구조다.

뒤늦게 반대 의견 들은 송영길…“잘 참고하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송 대표는 이날 오후 노웅래·박재호·오기형·이용우·장철민 의원 등 전날 의원 워크숍에서 ‘신중론’을 펼친 의원들을 당 대표실로 따로 불러 40분간 의견을 청취했다. 전날 워크숍 땐 송 대표가 외부 일정 때문에 이들의 발언을 직접 듣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참석 의원들은 주로 전날 워크숍에서 했단 주장을 반복하며 “좀 더 숙고하자”는 의견을 펼쳤다고 한다.

이에 송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대신 “의견들을 잘 참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송 대표가) 이번에 언론중재법을 꼭 통과시키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송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송 대표는 법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법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가 문제라고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송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국회의원은 많은 득표로 당선돼도 허위사실 유포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면 의원직이 상실되는데, 허위보도를 했다고 언론사 면허를 취소하는 건 아니잖느냐”며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헌법상 면책특권을 광범위하게 보호받는 의원들의 허위사실 유포는 해당 발언이 선거 당락의 목적일 때 의원직 상실의 이유가 된다. 팩트와 거리가 있는 예까지 인용할 만큼 강행 처리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의욕이 강하다는 뜻도 된다.

예정대로 8월 내 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느냐, 아니면 9월1일 개회하는 정기국회로 넘기느냐는 결국 송 대표의 주말 사이 결단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최고위원은 “송 대표라고 왜 정무적인 고민이 없겠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위원회 개최를 거쳐 9월 정기국회로 넘길 수도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해 30일 오전 최고위원회 사전 회의를 평소보다 30분 일찍 소집했다. 그 뒤엔 의총도 잡혀있다. 거대 여당이 폭주를 스스로 멈출 마지막 기회인데, 폭주를 막으려는 반대 방향의 힘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이것이 민주당 지도부를 얼마나 압박할지가 최후의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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