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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해고' 中 학원업계의 미래는 어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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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에 빠진 中 사교육계

중국의 사교육 규제가 떨어진 지 약 한 달이 된 지금, 중국 사교육업계는 말 그대로 ‘혼돈’에 빠졌다.

 사교육 업체 가오스(高思)의 교실이 철거된 채 텅 빈 모습으로 남아 있다. [사진출처= 차이신]

사교육 업체 가오스(高思)의 교실이 철거된 채 텅 빈 모습으로 남아 있다. [사진출처= 차이신]

미국에 상장된 3대 교육기업(뉴오리엔탈, 탈, 가오투)의 시장가치는 올해 초 고점 대비 1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고, 중국 내 사교육 기관들이 문을 닫았으며, 강사들은 거리에 내앉았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규제가 떨어진 후 장먼교육 그룹은 1000명 이상의 직원들을 내보냈고, 사무실 두 곳 중 한 곳만 임대를 유지하는 상태다. 장먼은 중국 공산당의 사교육 규제 철퇴를 피해 지난 6월 뉴욕에 상장한 바 있다. 온라인 사교육 사업들을 운영하던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역시 지난 한 달간 수천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글로벌 영어교육 업체 월스트리트 잉글리쉬는 파산신청을 하고 중국 사업을 접었다.

 신둥팡(뉴 오리엔탈) 교육 [사진출처= 차이신]

신둥팡(뉴 오리엔탈) 교육 [사진출처= 차이신]

이 같은 사교육업계 ‘대혼란’을 야기한 건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내린 사교육 규제 지침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은 학원에서 학교 교과과목들을 배울 수 없으며, 사교육업체들은 지정된 기간 안에 비영리 기구로 등록을 마쳐야 한다. 온라인 교육업체들에 적용되던 기존 등록제는 허가제로 바뀌게 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강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패닉’에 빠졌다. 강사들은 실직해 거리에 내앉았고, 하루아침에 아이를 맡길 학원이 사라져 학부모들은 당장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사진출처= 차이신]

[사진출처= 차이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의 존망이 달린 위기에 봉착하게 된 학원들이다. 사교육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초중고 교과목 수업을 통한 이윤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지금 시점에서, 각 업체는 각자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살길' 모색하는 中 사교육 업체들, 어떻게?

첫 번째 방법은 ‘미래 직업교육’ 서비스로의 피보팅이다. 차이신 보도에서 경영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의 한 컨설턴트는 “중국 교육 시장에는 초중고 사교육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도 풍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미래 직종들이 요구하는 업무와 스킬, 소양 등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공교육의 변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이라고 그는 그 이유를 밝혔다. ICT, 인공지능 등 4차산업 관련 과목이나 디자인, 예술 등 의무교육이나 대학 등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학부모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래 과목’들에 대한 잠재 수요는 크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빨리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것은 가오투다. 차이신에 따르면 가오투는 13개 오프라인 센터 중 10곳의 문을 닫고 전체 직원의 약 1/3에 달하는 약 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정리한 뒤, 직업교육 서비스 업체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출처=차이신]

[사진출처=차이신]

두 번째는 ‘비교과’ 과목들로 수업들을 전환하는 동안 ‘복합 비즈니스 모델’ 형태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다. 주중에는 학교가 끝난 후인 오후 6시 반부터 9시까지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학교 교과목을 가르치고, 주말에 체육, 음악, 미술 등의 과목을 가르치는 형식으로 당분간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인한 학부모 불만이나 수업료 환불 등 문제를 잠시 진정시킬 수 있다. 법에 따라 교과목 수업들로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지만, 그 외 교과 외 과목들을 함께 섞어 판매하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방과 후 학생 돌봄 서비스’다. 기존 중국 교육부에서는 중국 도시 소재의 초·중학교들에 방과 후 약 2시간 동안 교과 외 수업을 진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퇴근하면서 학교에 들러 아이들을 픽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대신 돌봐주라는 취지였다. 수업은 교과목 외의 것들로 이루어지며, 보통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숙제를 봐주는 시간으로 운영되곤 했다.

하지만 이 방과 후 활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그 시간 동안 무엇도 배우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에 같은 반 학부모 누구도 신청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차이신은 바로 이 부분에서 학원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있으며, 공교육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사교육업체들이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네 번째는 학교들에 보충수업을 판매하는 방안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각 학교에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제삼자로부터 수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 보조금으로 선생님들에 대한 재교육,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방안 역시 제시되고 있다. 선전의 뎬마오 테크놀로지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2만 1000개의 학교에 코딩 수업과 수업 교재, 선생님 교육 등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랑섬 테크놀로지는 중국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드라마와 예술 감상 등 수업을 방과 후 수업으로 개발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음에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갑작스러운 변화와 불투명한 미래에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차이신과 인터뷰한 한 온라인 교육플랫폼 대표는 "누구도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교과목 외의 전인교육, 직업 교육, 방과 후 교육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봤지만, 그 무엇도 기존 교과목 수업으로 나오는 매출을 메우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뉴오리엔탈, 탈, 가오투 등 중국 선두 업체들에서 교과목 수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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