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사각지대' 반복되는 화물차 사고…"억울하지만 일부 과실 못 면해"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17:58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 관련, 온라인을 통해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이 확산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의 부주의한 주행과 화물차 ‘시야 사각지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27일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자 네티즌들은 “이런 경우 트럭 운전자가 처벌받는 거냐, 그렇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트럭 기사가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숨진 운전자 A씨는 선릉역 인근에서 23t 화물차 앞으로 이동하다가 신호를 받고 직진하는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가 바뀌어 출발했는데 (차 앞에 있던)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시야 사각지대’ 사고 빈발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망사고 재판과 관련해 현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광주지법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망사고 재판과 관련해 현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광주지법

그동안 화물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화물차 운전자의 시야 사각지대가 쟁점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경기 하남시의 한 도로에서도 25t 화물차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던 50대 남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사망했다.

같은 달 광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화물차가 세 남매와 어머니를 쳐 사상사고를 낸 사건 관련해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운전자 측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사고 화물차와 운전석 높이가 동일한 6.5t급 화물차와 사고 당시와 같은 높이의 유모차와 어머니와 키가 동일한 대역을 투입했다.

직접 화물차를 운전하는 차주들은 대형 화물차의 시야 사각지대가 일반 운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고 강조한다. 화물차 운전 25년 경력인 김모(66)씨는 “오토바이가 분명 백미러로는 안 보였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승용차를 추월하고, 오토바이가 화물차 앞으로 끼어들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2.5t 이상 화물차는 백미러를 보면 양쪽으로 3분의 1 정도는 가려질 정도로 사각지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각지대에서 다른 운전자가 퉁하고 부딪혀도 감각이 없다”며 “가끔 ‘당신 차에 받혔다’고 하는 운전자가 있는데, 내려서 확인해보면 약간 찌그러졌다든가 하는 게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주 억울할 것, 일부 과실은 못 면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영상을 보니 화물차 운전자는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굉장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배달업이 크게 성장하고 많은 수의 이륜차 운전자가 생겨났지만, 기본적인 교육 없이 도로로 나와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이륜차 사고 사망자가 530명으로 전년 대비 20~30% 늘었다. 하루에 1.3명이 사망한 꼴이다.

김 교수는 이어 “이 경우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 같다. 습관적으로 들어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화물차에 센서나 긴급제동시스템이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붙어서 주행을 하게 되면 미리 일러주기도 힘들뿐더러 장치의 한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제동시스템도 자동차같이 큰 물체들이 앞에 있을 때 급제동하는 역할이지 오토바이 같은 경우는 신호를 주기 어렵다. 사람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A씨의 ‘무과실’ 판단을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경일 변호사는 “트럭에서 운전자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은 반사경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반사경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10~30%까지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전적으로 이륜차 운전자의 잘못이지만, 재판으로 가게 되면 10~20% 과실치사가 인정될 수 있다. 한순간에 전과자가 되는 건데, 운전자들은 이런 경우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전날 오전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이날 추모 행사를 열고 이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전날 오전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이날 추모 행사를 열고 이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편 27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서비스노조)은 전날 사고가 발생한 선릉역 인근에서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우리가 사고를 당한 듯 가슴이 저린다”라며 고인이 된 라이더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배달플랫폼 기업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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