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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언론중재법 강행…전 정권 불행한 전철 밟을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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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정권 시절 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27일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신 정권 '포고령 위반' 재심 42년만에 무죄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원로언론인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자유언론실천재단 측은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원로언론인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자유언론실천재단 측은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이날 포고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이사장의 재심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언비어 유포 금지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계엄법 포고는 헌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발령됐고, 구헌법과 현행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약 1개월 뒤인 1979년 11월 13일 윤보선 전 대통령 자택에서 긴급조치 해제와 언론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재판부는 2회 공판기일인 이날 증거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유사하게 처리된 다른 사건도 있고, 별도의 선고 기일을 정해 고령인 피고인을 다시 출석하게 하기보다 바로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선고 전 최후의견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선고 직전 최후 진술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방침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재심 사건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언론 자유 관련 논란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이라며 “집권 세력이 언론 자유를 위해 애쓴다고 하다가 이제는 언론 중재법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고집을 부리고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만약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고집대로 밀고 나가 강행 처리하면 아마 국민의 거대한 저항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전 정권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언론중재법은 제대로 손질돼야 하고 여야 언론 단체와 시민 단체 등이 숙려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시민사회와 언론계가 함께 참여해 나라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이사장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했다가 1975년 해직됐다. 14∼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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