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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2년새 2.5%→2%, "인구감소로 더 추락" 잇딴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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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경제 ‘기초 체력’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적신호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여파로 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전망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0.5%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했다는 것으로, 곧 실질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2~3년 전에는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2.5% 수준으로 봤는데, 상당폭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는데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지속하는 데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고용이 나빠진 영향”이라며 “코로나19가 남긴 지속적인 영향, 상흔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9년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01~2005년 5.0~5.2%에서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 2019~2020년 2.5~2.6%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봤다. 이번 달 새로 추정한 결과로는 2019~2020년 2.2%, 2021~2022년 2.0% 수준이다. 경제 기초 체력이 10여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중립적 시나리오 잠재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립적 시나리오 잠재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달 말 한국금융연구원도 중립적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에는 1.57% 그리고 2030년에는 0.97%로 1%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35년에는 0.71%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에서도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18일 ‘한국: 앞으로 3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2.5% 수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이 되면 2.0%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지난달 한국의 내년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0.2%포인트 낮췄다.

이들이 첫손에 꼽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은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다. 국내 15~64세 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2030년 3395만명으로 감소한 뒤 2067년에는 1784만명으로 2017년의 절반 아래(47.5% 수준)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는 생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노동 부문이 취약해지면서 성장의 제약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다른 생산요소를 최대한 가동해도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드니 경제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알렉스 홈즈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가속하고 있지만, 만15세 이상 일할 능력이 있는 노동가능인구 수가 감소하는 영향을 상쇄할 정도로 충분하진 않다”며 “고질적인 저출산과 낮은 여성 경제참여율 등으로 앞으로 수십 년간 급격한 경제인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 하락이 더욱 가팔라졌다”며 “이를 방치하면 경제가 역성장 구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과 자본은 투입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 규제를 개혁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해 연구개발(R&D)와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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