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룸바 배우던 교장 부부 “무슨 춤이 그리 음란합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8:00

업데이트 2021.09.10 15:54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2)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같이 배우던 교장 선생 부부가 내가 옮긴 스포츠센터에 합류했다. 최고령자였다. 교장 선생답게 점잖은 분이었다. 마침 룸바를 배우고 있는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배운 점잖은 초급 휘겨와는 차원이 달랐다. 소위 선수용 응용 루틴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동작이 좀 야했다. 영화 ‘더티 댄싱’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가 마지막 장면에 춘 그 동작과 비슷했다. 여성 뒤에 남성이 가깝게 붙어 있고 여성은 왼발을 뒤로 돌려 남성의 머리를 감싸고 남성은 왼손으로 여성의 왼쪽 바디 라인을 훑는 듯한 동작이었다. 교장 선생은 “무슨 춤이 그렇게 음란합니까?”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 동작을 차마 따라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더티 댄싱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여성이 남성 가까이 앞에 서서 교태를 부리며 골반을 흔들면서 자세를 낮추는 동작도 있었는데, 그 부부는 “여기 이상한 곳이야”라며 끝내 강습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사랑의 춤'이라고 불리는 룸바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동작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그걸 보고 춤이 점잖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라틴댄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사진 pxhere]

'사랑의 춤'이라고 불리는 룸바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동작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그걸 보고 춤이 점잖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라틴댄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사진 pxhere]

룸바는 원래 그런 춤이다. ‘사랑의 춤’이라고 한다. 한창 리비도가 왕성할 때이므로 남자나 여자나 상대 이성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한바탕 놀아볼 판이다. 그러니 야한 동작이 나올 수 있다. 사실 기초 동작에서도 남성은 여성을 남성 쪽으로 오게 하려고 하고 여성은 튕기듯 왔다 가고 못 이기는 척 다시 되돌아오는 동작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가 하면 같이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는 휘겨도 있다. 여기까지는 별생각 없이 배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내재적으로는 남녀 관계가 항상 그렇게 점잖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도가 좀 진해질 수 있다.

라틴댄스에는 힙 액션이 많이 나온다. 룸바도 그렇지만 삼바도 그렇다. 골반을 돌리는 액션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교태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 음란해 보일 수도 있다. 다소곳하고 조신한 한국 여성의 모습을 미덕으로 보고 있다가 여성이 히프를 흔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동작이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룸바라는 춤이 원래 그렇다. 그걸 보고 춤이 점잖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라틴댄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삼바에 내추럴 롤(Natural Roll), 리버스 롤(Reverse Roll)이라는 게 있다. 내추럴 롤은 남녀가 마주 서 있다가 남성이 골반을 앞으로 내밀며 전진하고 여성은 골반을 뒤로 빼며 둘이 마치 겹쳐 움직이는 것 같은 동작이다. 민감한 부분을 들이밀고 여성도 대칭으로 골반을 뒤로 빼야 하니 보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육감적인 동작으로 보일 것이다. 리버스 롤은 더 하다. 남성이 여성의 뒤에 붙어 서서 팔을 휘감으며 골반을 같이 돌리므로 마치 성행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 정도에서는 댄스스포츠의 기초 정도만 가르쳐 준다. 그 정도에서는 음악에 맞춰 배운 루틴을 따라가기도 바쁘다. 그러나 댄스의 특성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댄스 경기대회에 가 구경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라틴댄스 부문에 출전하는 선수를 보면 여성 대부분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나온다.

춤 동작은 연기일 뿐이다. 배우가 연기하듯 연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라틴댄스는 젊은 사람의 춤이다. 룸바만 템포가 느린 종목이고 자이브,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는 템포가 빠른 춤이다. 당연히 순발력이 좋아야 박자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지고 군살이 붙으면서 바디라인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라틴댄스보다는 모던댄스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던댄스는 그런 교태를 보이는 동작이 없는데 젊은 사람이 기피하는 이유는 줄곧 남녀가 가깝게 붙잡고 추는 춤이기 때문이다. 부부끼리라면 몰라도 부부가 아닌데 같이 그렇게 추기는 민망하다는 것이다. 남녀가 한 손은 바짝 감싸 잡고 남자의 한 손은 여성의 등 쪽 견갑골을 감싼다. 골반을 거의 붙도록 하는 기본자세부터 젊은이에게는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이 든 사람은 무감각해졌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모던댄스는 점잖아 보이고 라틴댄스는 왠지 경망스러워 보인다고 한다. 모던댄스가 품격이 있어 보이고 우아해 보이기는 한다. 그래서 “댄스를 배운다”고 하면 안 좋은 반응이지만, “왈츠를 배우는 중입니다”라고 하면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모던댄스도 사실은 알고 보면 야한 면도 있다. 남녀의 다리가 다리 사이로 들어가고 회전하고 하는 동작의 연속이다. 물론 한 사람이 전진하는 동작이면 파트너는 후진하는 동작으로 묘하게 서로 비껴가게 되어 있다. 드레스에 가려지기 때문에 이런 스텝을 해도 보는 사람이나 추는 사람이나 둔감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탱고가 처음 유럽 상류사회에 선을 보였을 때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음악도 좋고 탱고의 여러 가지 휘겨도 좋은데 동작이 너무 민망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른 모던댄스와 달리 남녀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여성의 다리가 남성을 휘감는 동작 등이 그랬다. 그래서 다른 모던댄스처럼 다듬은 것이 인터내셔널 탱고, 콘티넨털 탱고다. 이것이 아르헨티나는 대표적인 라틴 국가인데, 왜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탱고가 라틴댄스가 아니고 모던댄스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래서 같은 모던댄스에서도 왈츠, 비에니즈 왈츠, 퀵스텝, 폭스트로트은 스윙 댄스라고 하는데 탱고는 아니다. 다른 춤은 뒤꿈치를 드는 라이징 동작이 필수인데 탱고는 없다. 다른 춤은 추면서 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즐기는 방법인데 탱고는 웃으며 추면 경기대회에서는 감점 대상이다. 아르헨티나 사창가에서 만들어진 춤으로, 사창가 여성을 자기 파트너로 정해 춤을 추고 있으니 다른 남성들에게 ‘내 여자이니 관심 갖지 말 것을 경고한다’는 정도의 비장한 표정이어야 한다.

댄스스포츠는 라틴댄스 5종목과 모던 댄스 5종목을 말하는 것이다. 댄스스포츠 초기에는 배우기 쉬운 라틴댄스부터 시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러면서 모던댄스까지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댄스파티에서는 10가지 춤을 다 추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드레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남성이야 대충 큰 차이가 없지만, 여성은 모던댄스에서는 다리 부분이 풍성한 드레스를 입는다. 다리가 노출되는 라틴댄스에는 안 맞는 의상이다. 부지런한 여성 중에는 두 가지 의상을 다 준비해 종목에 따라 옷을 입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풍성한 드레스 대신 가벼운 야회복이 라틴댄스, 모던댄스 모두에게 잘 맞고 더 현대적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