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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부친 필적의 ‘허위 연습계약서’…김미리 1심 뒤집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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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 채용 비리와 115억원대 ‘셀프 소송’(배임)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가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앞선 1심 징역 1년보다 형량이 3배로 늘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걸까요.

[法ON] 조국 동생 웅동학원 비리 항소심 ②

먼저 혐의부터 보겠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추가해 조씨의 혐의는 6개에서 7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배임수재·업무방해·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근로기준법 위반)로 늘어났습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보자면 ‘웅동학원 상대 위장소송(①)’과 ‘학교법인 웅동학원 채용비리(②)’와 관련된 혐의들입니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조국 동생 조권씨 1·2심 주요 판결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웅동학원 채용비리’ 조국 동생 조권씨 1·2심 주요 판결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형량 가른 웅동학원 상대 허위 공사대금 ‘셀프 소송’ 유죄

1·2심의 형량을 가른 건 조씨가 아버지가 이사장이던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상대 위장 소송을 벌인 혐의(①)입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10월 10년 전인 1996년 웅동중학교 이전 공사 관련 가짜 하도급 계약서와 채권양도계약서 등을 토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후 응동학원 측이 대응을 하지 않아 무변론 승소했고 51억원(원금 16억여원과 지연이자)의 채권을 확보합니다. 2017년 채권 소멸시효(10년)가 다가오자 조씨는 재차 소송을 벌였고 채권은 또 이자가 붙어 94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조씨가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을 상대로 사실상 ‘셀프 소송’을 벌인 겁니다.

셀프 소송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씨의 부친 고(故) 조변현씨는 웅동중학교 건물을 이전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던 고려종합건설에 신축공사를 발주하는데요. 이때 아들 조씨가 있던 고려시티개발도 하도급 업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조씨 일가는 웅동학원과 고려종합건설 명의로 은행에서 각각 35억원과 10억원을 공사대금을 대출받지만, 절반 이상을 갚지 못해 2006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가압류 소송을 당합니다.

검찰은 캠코의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조씨가 웅동학원을 상대로 두 차례 셀프 소송으로 모두 115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씨가 확보한 웅동학원 채권 94억원과 이를 담보로 사업가 안모씨에게 개인 사업자금 14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학교 부동산이 가압류(채권액 21억원)되게 한 혐의 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연합뉴스

조씨·부친 ‘위조 연습계약서’…부친 2006년 법률상담 메모 함께 나와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김미리)는 지난해 9월 셀프 소송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조씨가 소송을 벌인 공사대금을 허위채권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조씨와 조씨 부친 등이 가압류 신청이 접수된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웅동학원의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심 서울고법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조씨의 공사대금 채권을 허위로 판단했습니다. 조씨가 2006년 1차 소송 제시한 2개의 하도급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1996년 원도급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나 웅동학원의 사각형 법인인감과 다르며, 조씨의 사무실에서 조씨와 부친 필적이 적힌 비슷한 내용의 ‘위조 연습계약서’가 발견됐다는 점이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연습계약서는 조씨 아버지가 2006년 10월 캠코 측 가압류소송 관련 법률 상담을 받은 내용을 적은 메모도 같은 파일철에서 나왔습니다. 1996년 공사 당시가 아니라 10년 뒤 허위 계약서 연습용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또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씨와 조씨 부친이 안씨의 가압류 신청을 알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웅동학원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학교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만 된 점을 고려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배임미수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017년 2차 소송은 2006년 1차 소송의 선행 배임 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주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사후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원칙)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또 강제집행면탈 혐의에 대해선 캠코가 수용보상금 일부를 수령하지 못한 건 조씨의 2차 소송 때문이 아니라 안씨가 2018년 수령보상금에 대해 채권가압류를 했기 때문이라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미리 1심 배임수재 무죄→檢 근로기준법위반 추가 기소해 ‘유죄’ 

조씨는 이외로 2016년~2017년 웅동중 사회교사 지원자 2명에게 조씨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주고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②)를 받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조씨에게 웅동학원의 교사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배임수재죄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업무방해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조씨가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지만 채용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아 배임수재죄에서 말하는 ‘사무처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조는 ‘누구든지’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 이익을 얻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문에서 알 수 있듯 규율 대상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죄를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의 반격이 통한 겁니다.

법원 이미지 그래픽 [중앙포토]

법원 이미지 그래픽 [중앙포토]

다만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선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사무국장’이었던 피고인이 법인의 재산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무만 종사한 사실을 고려하면 조씨가 사회 교사 채용과 관련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업무방해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공범 한 명에 300만원 제공, 필리핀 도피시킨 혐의도 유죄 나와 

2심 재판부는 조씨가 채용비리 브로커 2명을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한 명의 도피를 도운 점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조씨가 웅동중 교사 채용비리 기사에 대응하기 위해 브로커 A씨에게 허위 보도라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잠해질 때까지 한동안 피해 있으라’고 말한 점, 도피 자금으로 3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조씨는 이날 법정구속 됐습니다. 하지만 조씨가 향후 판결에 대해 상고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이 끝난 건 아닙니다. 조씨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향후 [法ON]에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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