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소문 포럼

공산당 인질 된 중국 빅테크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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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삽화=김회룡 화백

삽화=김회룡 화백

유난히 거친 중국 규제의 칼 

요즘 어느 나라 정부에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는 골칫거리다. 기술과 사회 발전의 첨병인 줄로만 알았는데 ‘악마가 되지 말자(구글 모토)’는 말과는 다른 행태들이 보인다. 엄청난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는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지, 한국은 물론 미국ㆍ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투자자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면서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

지금은 디디추싱ㆍ텐센트지만
언제 어디로 타깃 바뀔지 몰라
세계 투자업계, 중국 손절 추세
한국 스타트업에 기회 될 수도

반면 중국 정부가 휘두르고 있는 규제의 칼은 유난히 거칠고 빠르다. 현재 중국 정부의 대표적 타깃은 디디추싱ㆍ텐센트ㆍ알리바바 등이다.

전방위 규제의 표면적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표방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이루기 위해 빅테크의 데이터 보안 침해나 독과점 위협을 때려잡을 때가 됐다는 거다. 블룸버그는 “주로 외국인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얼마를 잃든 시 주석은 큰 관심이 없다”며 “그에겐 사회적 불평등 해소, 정부에 순응하는 빅테크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中 당국 통제에 주가 급락한 텐센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中 당국 통제에 주가 급락한 텐센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제는 누구를 때려잡을까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 중국 정부가 규제한다는 산업 4가지를 살펴보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의법치국(依法治國) 5개년 계획’에 따르면 4가지 규제 산업은 ▶데이터 보안 위협(디디추싱) ▶독과점(알리바바) ▶사교육과 부동산 기업 ▶탄소 배출이다.

그렇다면 규제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으로 꼽은 4대 산업은 뭘까. ▶첨단기술과 공급, 물류, 제조업 ▶농촌 진흥, 식량 산업▶방위, 우주항공, 국가 보안 산업 ▶전기차, 수소차, 환경처리 등 녹색산업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며, 당연히 첨단기술과 공급, 물류망의 선두주자다. 차량공유 사업을 하는 디디추싱은 미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강자다. 시작은 게임으로 한 텐센트도 인공지능과 반도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타깃 된 업체들, 도대체 왜?  

규제 폭탄을 맞고 있는 이들은 규제 산업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육성 산업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이유는 이들 기업이 정부 말을 듣지 않고 미국 증시에 상장하거나, 창업자가 ‘용감하게’ 정부를 자극하는 말을 하거나, 해외 자본의 대형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밉보인 탓이라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시 말해, 언제 누구에게 다음 칼날이 향할지는 순전히 중국 공산당 마음대로란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에 온갖 형태로 아부하는 중이다. 텐센트가 500억 위안(약 9조원),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추가 기부를 최근 밝힌 것을 비롯해, 지난 1년간 알리바바ㆍ텐센트ㆍ바이트댄스ㆍ샤오미 등 6대 빅테크가 기부한 금액은 총 30조원에 달한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갑자기 중국 빅테크 거부들이 너그러워졌다”고 비꼬았지만, 그들이라고 하고 싶어서 하겠나.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중국 빅테크가 공산당의 인질로 잡힌 상황은 한국엔 어떤 영향을 줄까. 일단 중국 정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널뛰는 상황은 뉴욕·홍콩·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에겐 커다란 위험 요인이다. 자기네가 키우고 싶은 기업만 키우려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중국 테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GDP의 60%, 고용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민간 영역 위축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손정의, 중국 테크 기업에 투자 않기로 

하지만 한국의 스타트업들엔 의외로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세계 투자업계가 언제 규제 칼날을 맞을지 모르는 중국 스타트업을 빠르게 손절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최근 “규제를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다”며 “규제 리스크가 명확해질 때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기술펀드 ‘비전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비전 펀드내 중국 기업 투자 비중은 23%로,미국(34%)에 이어 단일 국가 중 두 번째로 많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이는 분명 좋은 일이다.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291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탄생할 동안, 마켓컬리 단 1개만 배출한 한국의 사정도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 단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거란 확신을 투자자에게 줄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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