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18~49세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지난 9~25일 예약한 1014만여명은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 주사를 맞는다. 지난달 심각한 먹통 사태로 난항을 겪은 50대 대상 사전 예약과 달리 이번 40대 이하 예약은 순조롭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다.
참여 기업 중 LG CNS 아키텍처 최적화팀(이하 최적화팀)은 지난해 EBS 온라인 수업 장애 해결에 이어 이번 백신 예약에도 투입돼 더 주목받았다.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LG CNS 본사에서 김선정 아키텍처담당(상무), 박용운 아키텍처 최적화팀장 이하 팀원들을 만났다.
컴퓨터 시스템 분야의 아키텍처 업무를 건축에 빗대면 설계 도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키텍트, 그 산출물이 아키텍처다. 아키텍처 최적화는 설계 도면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역할이다. 김 상무는 “건물 입구가 좁으면 넓혀주고 화장실이 적으면 더 만드는 식으로 목적에 딱 맞게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 최적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LG CNS 최적화팀은 20명으로 구성됐다. 전체 아키텍처 부서 400명에서 선발된 정예 인원이다. 중대 사건 때 출동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스와트(SWAT·특수기동대) 격이다. 박 팀장은 “평균 경력이 15년 이상으로 분야별 전문 인력이 모여 있어 상황을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백신 예약 개선 작업에서 최적화팀은 예약 처리 시스템 분야를 맡았다. 주요 데이터를 찾아내는 시스템 언어의 과부하 등 문제 원인을 찾고, 접종기관 조회 기능 등을 최적화해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예약 처리량이 분당 3600명에서 1만6800명으로 늘었고, 시스템 사용량은 100% 초과에서 20% 미만으로, 응답 속도는 2.58초에서 0.004초로 줄었다. 김 상무는 “100쪽짜리 책에서 ‘질병’이라는 단어를 찾을 때 1쪽부터 100쪽까지 넘겨보려면 몇 시간 걸리지만, 색인을 보면 1초도 안 걸린다”며 “최적화팀은 그 색인을 만들고, 프로그램이 색인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박용운 팀장이 질병관리청의 지원 요청 연락을 받은 것이 지난달 21일이다. 박 팀장은 곧바로 서울로 돌아와 팀원들과 질병청이 있는 오송행 고속철도(KTX)를 탔다. 작업에 투입된 김 상무, 박 팀장과 팀원 6명은 5일가량 집중적으로 문제 진단과 개선에 매달렸다. 같은 달 28일부터 대입 수험생 등 약 15만 명의 예약이 예정돼 있어 끼니를 거르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이들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백신 예약 시스템 개선 작업에는 LG CNS 외에도 베스핀글로벌,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등의 기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