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도 ‘300야드 시대’ 눈앞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03

지면보기

경제 07면

네덜란드의 애너 판 담이 티 샷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LPGA 장타왕이다. [AP=연합뉴스]

네덜란드의 애너 판 담이 티 샷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LPGA 장타왕이다. [AP=연합뉴스]

올해 여자 프로골프는 드라이브샷 전쟁으로 뜨겁다. 시즌 평균 300야드도 곧 현실화할 것 같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거리 전쟁’을 이끄는 골퍼는 애너 판 담(26·네덜란드)이다. 그는 올해 LPGA 투어 14개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91.938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1950년 출범한 LPGA 투어 역사상 시즌 평균 290야드 이상의 드라이브샷을  기록한 골퍼는 아무도 없었다.

2006년 카린 스요딘(스웨덴)이 284.5야드로 역대 한 시즌 최장 기록을 냈다. 시즌 장타왕은 대부분 270야드 중후반대에서 나왔다. 2019년 LPGA 투어 장타왕(283.843야드)이었던 판 담은 LPGA 선수 최초로 시즌 평균 300야드를 넘보고 있다.

아마추어부터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성장한 엘리트인 판 담은 어려서부터 멀리 날리는 샷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훈련했다. 2015년 프로가 된 뒤엔 샷 추적 장비를 활용한 분석과 근육량을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체계적인 훈련이 더해졌다. 판 담은 이미 유럽여자프로골프(LET)에서 2017년부터 4년 연속 장타왕에 오른 바 있다. 올해 LET에선 출전 대회 수(4개)는 적지만, 평균 299.6야드의 장타를 날리고 있다.

판 담 외에도 여자 골퍼들의 샷 거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회마다 300야드 이상의 티 샷을 날리는 골퍼가 제법 나오고 있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평균 270야드 이상 기록한 선수가 5명이었지만, 올해는 14명이나 된다. 지난해 283.071야드를 기록해 평균 드라이브샷 1위였던 비안카 파그단가난(필리핀)의 거리는 올해 285.021야드로 조금 더 늘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년 연속 드라이브샷 거리 1위였던 김아림(27)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280.679야드로 판 담, 파그단가난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렉시 톰슨(미국·279.437야드), 마리아 파시(멕시코·278.107야드)도 LPGA 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로 꼽힌다.

‘샷 거리와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깨졌다. 지난 4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패티 타바타나킷(태국)은 이 대회에서 평균 323야드의 드라이브샷에 84.7%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더해 우승했다. 판 담은 아직 LPGA 투어에서 우승은 없지만, LET에선 통산 5승을 거뒀다.

미국 골프위크는 “300야드는 더이상 남자 골프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LPGA의 칼럼니스트 론 시라크는 “여자 골프계에 거리 혁명이 불고 있다”고 표현했다.

장비 성능과 선수들의 운동 능력이 향상됐고, 체계적인 훈련법까지 도입되고 있다. 골프 교습가 데이브 필립스는 LPGA 인터뷰에서 “장비에는 성능 기준 등 엄격한 제한이 있다. 대신 훈련 방법은 훨씬 다양해졌다. 남성들과 동일한 훈련을 받은 여성 골퍼들의 샷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남자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브룩스 켑카(미국) 등이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는 것도 여자 골퍼들에게 영향을 줬다. 타바타나킷은 “예전엔 그저 멀리 높게만 쳤다. 그러나 근육량을 늘리고 스윙을 교정하면서 거리가 늘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공격적으로 치는 게 비결”이라고 했다.

판 담은 영국 골프 전문 유튜브 채널 ‘릭 실즈 골프’와 인터뷰에서 “주니어 시절 최대한 멀리 샷을 날리면 다른 골프 기술도 늘어날 거라고 코치가 말해줬다. 그래서 장타 훈련을 많이 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승하기 위한 스윙”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몰라도, 3년 안엔 평균 300야드에 도전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