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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사망, 50일째 네자릿수 확진…의료계 “K방역 붕괴 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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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7주 연속 적용 중이지만 4차 유행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7일부터 50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K방역’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82명이며, 사망자는 20명이다. 하루 사망자가 20명을 넘은 것은 지난 3차 유행 당시인 1월 15일(22명) 이후 처음이다.

보고된 사망자 중 18명은 기저질환(지병)을 갖고 있었다. 나머지 2명은 현재 조사 중이다. 코로나19 환자의 일부는 위중증으로 악화하고, 그중에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나타난다. 통상 확진 후 사망까지의 시차는 3~4주(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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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도 확진자 전체 규모가 줄지 않는 이상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추세를 볼 때 사망자 발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중증 환자는 425명이다. 지난해 3월 28일 관련 통계 집계 이후 두 번째 많은 규모다. 위중증 환자 중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환자는 120명(24일 0시 기준)에 달한다. 누적 치명률은 1%가 되지 않지만 사망자 급증을 경고하고 있다. 환자 수 폭증으로 의료 역량의 한계를 넘어서면 치명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낮은 치명률의 ‘착시 효과’가 숨어 있다”며 “60대 이하는 치료적 개입을 통해 예후(병의 증세)를 개선한 결과”라고 말했다.

역학조사도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이달 12~25일 방역 당국에 신고된 확진자 2만5240명 가운데 32.8%(8270명)의 감염 경로는 아직 ‘조사 중’이다. 역학조사 속도가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보건의료인들의 ‘번아웃’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K방역 시스템’은 인력과 자원의 확충 없이 보건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존하면서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K방역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행정 규제 중심의 방역에서 시민 참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다음달 2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노조 조합원은 약 5만6000명이다.

학계에선 현행 거리두기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연구팀이 거리두기와 이동량 추이에 관해 연구한 결과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가 거듭돼도 정작 이동량 감소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1, 2차 코로나 유행 땐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이동량이 줄었지만 3, 4차 유행 때는 잠시 줄었다가 회복됐다”며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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