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애태운 5000억 송현동 땅, 舊 서울의료원 부지 ‘맞교환’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8:27

업데이트 2021.08.26 19:00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맞교환을 추진한다. 대한항공이 자본확충을 위해 매각을 추진한 지 3년 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땅을 매입하면 서울시가 시유지인 서울의료원 부지 일부를 교환하는 '제3자 교환'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도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인사동,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잇는 역사문화벨트가 조성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에 ‘자금줄’ 말랐던 대한항공

지난 6월 2일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뉴스1]

지난 6월 2일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뉴스1]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대한항공, LH는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송현동 48-9번지)와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삼성동 171-1번지)를 맞교환하는 데 잠정합의했다. 서울시는 내달 14일 열리는 서울특별시 공유재산심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11월 서울특별시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이 의결되면 제3자 교환계약이 체결되는 수순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희망해왔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수요가 급감하며 부지 매각이 보다 시급해졌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일대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발표하며 사실상 민간매각이 어려워졌고,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최소 5000억원에 부지를 매각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서울시는 마포구의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맞교환 부지로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 지정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시정권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 조정에 들어갔다.

땅값 삼성동이 2.7배 비싸…일부 '등가교환'

대한항공 송현동 땅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한항공 송현동 땅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는 그러나 “지난 3월 말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과 관계기관의 합의로 체결된 조정서를 이행하기 위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최종 교환계약 체결까지는 감정평가, 소유권 이전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땅값만 보면 서울의료원 부지가 송현동 부지보다 2배 넘게 비싸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보면 송현동 부지의 1㎡당 개별공시지가는 지난 5월 31일 현재 1013만원. 반면 등가교환 대상인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삼성동 171-1)의 경우 1㎡당 2774만원이다. 공시지가 상으론 서울의료원 땅 값이 2.7배 비싼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원하는 5000억원과 중간선에서 매각대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중 남쪽 부지(삼성동 171-1번지)가 맞교환 대상이다. 이 일대 공시지가는 지난 5월31일 기준 1㎡ 당 2774만원이다.

서울시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중 남쪽 부지(삼성동 171-1번지)가 맞교환 대상이다. 이 일대 공시지가는 지난 5월31일 기준 1㎡ 당 2774만원이다.

굴곡진 송현동, 110년만에 개발되나

부지 맞교환이 최종 성사될 경우 송현동 일대 변화 모습도 기대된다. 서울시가 이 일대에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도 적극적이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2월 이건희미술관 건립 예정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미술관에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기증한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가 인근의 경복궁, 인사동,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잇는 역사문화벨트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송현동 부지가 공원으로 개발되면 110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되는 셈이 된다. 해당 부지는 옛 주한미군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다가 2002년 삼성생명이 삼성가 미술관 건립을 위해 1억50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그러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인 탓에 용적률 제한 등 규제가 많았다.

대한항공 역시 2008년 2900억원에 이 땅을 매입, 특급호텔 등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학교환경 침해 우려가 제기돼 또다시 개발이 무산됐다. 이후 이 지역은 도심 한복판의 나대지로 남았고, 담벼락으로 둘러쳐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와 LH공사가 환지를 하는 것"이라며 "이 작업이 마무리 된 다음 각 토지의 가치 평가가 있을 것이어서 추후 전개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기증한 문화재·미술품 중 하나인 이중섭의 '흰 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기증한 문화재·미술품 중 하나인 이중섭의 '흰 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한편 서울의료원 부지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8·4부동산 대책에서 처음 언급한 '지분적립형 주택'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 부지에 공급될 주택은 총 3000가구로 이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지분적립형주택 방식으로 분양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분적립형주택은 토지·건물 지분값의 20~25%를 내고 입주한 뒤 20~30년에 걸쳐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공공분양주택으로 자금 동원력이 낮은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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