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린 한국, 긴축 주저하는 미국…“8월 테이퍼링 언급 없을 듯”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7:4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를 올렸다. 기록적인 가계 부채와 치솟는 집값에 대한 두려움이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한 결과다."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건 한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블룸버그도 “선진국 중 제일 먼저 양적 완화를 축소한 뉴질랜드가 최근 추가 긴축정책을 머뭇거리는 사이 한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다”며 “한국의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보다 자산 버블(거품)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미 CNBC 방송은 “지난 7월 연간 기준으로 14.3%나 뛰어오른 집값과 10%가 넘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한은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우려가 전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미국 오리건주 살렘시의 살렘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의 가족들이 병실에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 미국 오리건주 살렘시의 살렘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의 가족들이 병실에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이 긴축의 문을 가장 먼저 열었지만 관심은 이제 다음 타자가 누구냐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 언제 돈줄을 죄기 시작할까다. 때문에 세계 금융 시장은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해 언급할 수 있어서다.

파월이 테이퍼링의 구체적 일정과 계획 또는 최소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시장은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추가 긴축으로 바뀌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파월이 테이퍼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컨설팅 회사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팀 두이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Fed는 11월이나 돼야 테이퍼링에 대해 입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도폭스비즈니스에 “시장이 듣고 싶어하는 테이퍼링의 시기와 규모, 로드맵 등에 관해 (잭슨홀 미팅에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시장의 이런 예상은 지난주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FOMC 위원 과반수가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 알려진 뒤 시장에선 9월 테이퍼링 발표, 11월 개시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잭슨홀 미팅에서 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곧 분위기는 이내 반전됐다. 델타 변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Fed 내에선 여전히 집값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해 서둘러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통화 긴축) 쪽 의견과 물가의 오름세는 일시적인 만큼 고용 회복을 위해 좀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비둘기파(통화 완화)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런데 델타 변이 확산이 비둘기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두이 전략가는 “코로나 재확산세로 인해 긴축 정책에 회의적인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며 부양책 축소가 지연되고 있다”며 “잭슨홀 미팅을 준비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막판에 오프라인 행사를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행사를 열기로 한 것도 코로나19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번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파월은 최근 고용 지표 개선과 델타 변이 리스크 등만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Fed가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9월 이후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캐플런 총재는 “9월 FOMC까지 델타 변이 추세를 자세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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