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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안 보이니 되레 오른다"…아이러니한 윤석열 지지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개 행보를 줄이니까 외려 지지율은 오르네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관계자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윤 전 총장이 유권자를 겨냥한 공개 일정을 확 줄인 시점과 지지율 변화 추이를 연결 지으면서 한 말이었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발표한 8월 4주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6.5%를 기록해 8월 2주차 대비 소폭(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3일 JTBC 조사에선 30.4%로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8.4%포인트 오르는 등 이번 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대체로 오름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후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후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리얼미터 기준으로 지지율 추이를 보면, 윤 전 총장은 6월 2주차 때 35.1%로 정점을 찍은 뒤 32.3%(6월 4주차)→27.8%(7월 2주차)→27.5%(7월 4주차)→26.3%(8월 2주차)로 하락세였다. 이는 그가 대선 출마 선언(6월 29일) 직후 광폭 행보를 했던 시기와 겹친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은 지난 주부터 공개 일정을 줄였는데 이와 맞물려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지금 윤 전 총장은 아무런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 그러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YTN 라디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휴가와 코로나 19로 인한 자택 대기 등을 마치고 지난 10일 정치 행보를 재개했는데, 26일까지 총 17일 중 11일은 공개 일정이 없었다. 이번 주는 당에서 주최한 비전 발표회(25일)에 참석한 것을 빼곤 지난 22일(일요일) 언론중재법 반대 회견이 외부 행보로는 마지막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유력 대선 주자로선 이례적이다. 다른 경쟁 주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대중 접촉을 넓히고, 연일 메시지를 내는 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윤 전 총장 측은 “경선 토론회 등을 앞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언론사 80여곳이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계속 미루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쟁 진영에선 “최대한 공개 검증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간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 노동”, “남녀 간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자력 방사능 유출 없다” 같은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메시지 관리 효과”라는 의견과 “경쟁 후보들의 부진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주장이 엇갈린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의 말실수가 줄면서 메시지에 민감한 청년·여성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신 캠프 차원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인물 영입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캠프 영입 인사를 추가로 발표했다. 민주당에서 4선을 한 오제세 전 의원(보건복지 정책고문), 이진숙 전 MBC 보도본부장(언론특보) 등이 포함됐다.

반면, 박해성 티브릿지 여론조사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반등세라고 하기엔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이런 공개 행보 자제가 계속되면 지지율에도 결국 안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다른 후보들이 눈길을 끌 만한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을 그의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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