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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면 1000만원”…이대남 표심 잡기 제대군인 법안 봇물

중앙일보

입력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군에서 제대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이 여야 정치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희생한 대가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4ㆍ7 재보궐선거에 화력을 보여준 이대남(20대 남성)의 표를 노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육군 제39 보병사단 장병이 한여름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육군 제39 보병사단 장병이 한여름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대군인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5건 올라와 있다. 지난달 22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무복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기본법(의무복무 지원법)이 대표적이다.

김병주 의원은 한ㆍ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 대장) 출신으로 6% 이자의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청년에게 어떤 보상이 있었느냐”며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무복무 지원법엔 국가가 복무를 마친 전역자에게 국방 유공 수당으로 1000만원 안팎을 주기로 돼 있다. 김 의원은 “군 복무 중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어 간접적으로 잃어버린 경제적 기회에 대한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 결과 병사 1인이 군 복무로 인해 감수하는 손실은 4047만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전체 의무복무 제대 군인에게 주는 방안뿐만 아니라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만 선별 지원하는 방안 등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안에는 전역 이후 취업 지원 방안, 통신비 지원, 학자금 대출 우대 등이 담겨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제대군인 지원법) 개정안은 의무복무 제대 군인은 의무복무 전역 지원금을 받도록 규정했다. 의무복무 전역 지원금은 전역 당시 계급의 월급 6개월치며, 전역 후 6개월간 매달 나온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의 제대군인 지원법은 의무복무 제대 군인이 취업한 뒤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하거나 승진심사를 받을 때 군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포함하도록 정했다. 군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한 기업체나 단체에 대해선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현행법엔 ‘군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는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작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처럼 여야가 의무복무 제대 군인을 위한 법을 마련한 배경엔 이대남표심 잡기가 있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72.5%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을 선택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2.2%에 그쳤다. 화들짝 놀란 여당이 '이대남 지원법'을 분주히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대남의 마음을 확 잡아끄는 데는 군 가산점만 한 게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군 가산점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을 보는 제대군인에게 만점의 5% 범위의 가산점을 주던 제도다. 그러나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재판관 전원 일치의 위헌결정이 나왔다.

이후 군가산점을 되살리거나 비슷한 혜택을 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적 부담을 넘지 못하고 모두 무산됐다. 그래서 차선책인 의무복무 지원법이나 제대군인 지원법 개정안을 정치권이 이대남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가 의무복무 제대군인을 지원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여성ㆍ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나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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