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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아프간인 환영 현수막 건 진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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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아이들 학용품, 간식 주자” 성금 모금 움직임 

박요한(66)씨가 26일 오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환영 현수막을 걸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박요한(66)씨가 26일 오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환영 현수막을 걸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진천군민 일동.”

26일 오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탈레반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이 머물게 될 시설 주변에 이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현수막에는 ‘머무는 동안 편안히 가시라’, ‘충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한민국과 진천은 아프간 협력자들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아프간인 입소를 앞둔 인재개발원은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에서 건너온 교민의 입소를 놓고 한때 격렬히 반대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주민 대부분은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간인을 돕는 게 맞다”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주민 강혜경(60)씨는 “인재개발원에 입소하는 아프간인 중에 보호가 시급한 아동이 100명 넘게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며 “진천에서 지내는 동안 탈 없이 지내다 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진천군민이 아프간인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26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 게시했다. 최종권 기자

진천군민이 아프간인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26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 게시했다. 최종권 기자

천안에서 온 대한예수교장로회 재난봉사단 윤마태 목사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준 진천 주민과 먼 길을 떠나온 아프간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며 “아프간에서 우리를 도운 협력자를 보듬은 정부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봉사단과 함께 구호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응원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건 주민도 있었다. 아내와 함께 응원 현수막을 든 박요한(66)씨는 “이번에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은 우리 정부에 수년간 도움을 줬고,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이국땅으로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언어·직업 교육 등을 제도적으로 잘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인재개발원에서 6~8주 동안 격리 생활을 할 아이들을 위해 성금이나 구호 물품을 보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기만(65) 이장은 “25일 정부 관계자 간담회 이후 이장들끼리 따로 모여서 이국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아이들을 위해 학용품, 아동복, 간식 등을 지원해주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몇몇 사람은 적은 금액이라도 성금을 모아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재난봉사단이 26일 아프간인과 진천 주민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최종권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재난봉사단이 26일 아프간인과 진천 주민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최종권 기자

진천군은 자원봉사센터 인력을 활용해 아프간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아프간인들이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 만큼 봉사단과 협의해 현지 음식이나 식재료를 전달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혁신도시 내육아종합지원센터에 있는 장난감을 아프간인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프간인 조력자 378명은 이날 오후 4시2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신원검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진천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다. 진천군은 27일 새벽 아프간인들을 태운 버스가 인재개발원에 도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재개발원 기숙사에서 지낼 아프간인은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한다. 법무부 등은 수용시설 내·외부에 방호인력을 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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