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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윤희숙, KDI 내부정보 이용 의심" 윤 "부친 땅 몇주 전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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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김경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김경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부동산 불법 의혹 제기 이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로남불인 여당에선 찾아보기 힘든 높은 도덕성 기준”(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이 부친의 세종시 땅 투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26일 라디오에서 “윤 의원 부친은 서울에 살면서 세종시에 농사를 짓겠다고 영농계획서를 냈고, 위탁영농으로 경작을 피했다”며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로 가족과 공모해 투기한 것 아닌 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80세에 가까운 어른이 멀리 떨어진 세종에 농지를 사면서 따님과 의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며 “KDI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 임현동 기자

민주당 지도부도 윤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의원이 KDI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친에게 투기를 권유하거나, 투기 자금을 지원한 것은 아닌지 수사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모친 땅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양이원영 의원도 가세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억울해서 성실히 조사받았으니 윤 의원도 억울하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계좌 내역을 다 내고 조사를 받아 ‘투기의 귀재’가 아닌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윤 의원이 권익위가 투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투기의 귀재”라고 비판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다.

윤희숙 부친 땅 뭐길래

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윤 의원 부친의 농지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논으로 1만871㎡(약 3300평) 규모다. 부친이 80세이던 2016년 3월에 매입했는데, 직접 농사를 짓진 않았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약 8억에 구매해 현재 시세는 약 20억원 상당일 것으로 추정된다. 권익위는 농지법 위반 의혹 외에도 “윤 의원 부친이 현지조사가 이뤄질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주소를 옮겼다”며 주민등록법 위반 소지도 지적했다.

여당에선 이 일대에 산업단지(산단)이 이미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것을 근거로 윤 의원이 KDI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여당은 윤 의원 부친 땅에서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세종미래일반산단(2014년 최종 승인고시, 2018년 준공), 10㎞ 떨어진 세종스마트국가산단(지난해 9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3㎞ 떨어진 세종복합일반산단(2019년 6월 첫 고시, 지난달 신규조성계획 승인) 등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부친이 땅을 취득할 때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국가 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 제외) 예타 조사는 KDI 내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따로 담당한다. 윤 의원 측은 “당시 윤 의원은 PIMAC와는 무관한 업무를 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의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건 궤변”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반산단은 민간이 개발 분양하기 때문에 KDI 예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종스마트국가산단은 KDI 예타를 거치는 게 맞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7월에 국정과제로 채택된 사업인데 2016년 3월 땅을 매입한 부친이 예지력이라도 있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도 “(예타) 정보는 아무리 퍼져도 PIMAC만 안다”고 윤 의원에 힘을 실었다.

윤희숙 측 “부친 세종 땅 존재, 몇주 전 처음 알았다”   

윤 의원은 지난 25일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려 땅을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악화돼 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며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뒤 부친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 측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은 부친의 세종 땅 존재를 8월 초쯤 권익위의 소명 요구로 처음 알았다”며 “부친의 세종 땅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 윤 의원이 내부정보를 부친에게 전달하거나 투기를 권유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부친 토지 매입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의원 본인과 가족, 전 직장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억측과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의원을 지지하는 기류가 더 강하다. 한 초선 의원은 “알지도 못한 부친 땅 의혹만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결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있다. 한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부친의 땅 존재를 몰랐다는 말로는 국민의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기엔 부족하다. 좀 더 명쾌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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