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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때를 능가"…文의 '제2 벤처붐' 홍보 또 전국에 생중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창업부터 성장, (투자금)회수와 재도전까지 촘촘히 지원해 세계 4대 벤처 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는 벤처기업 육성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K어드벤처)’ 성과 보고회에서 “20년전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IT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고, 이제 2세대 후배들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벤처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의지를 내세웠지만, 이날 보고회는 지난 4년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벤처기업 지원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벤처붐’에 빗대 ‘제2의 벤처붐’이라고 스스로 규정했다. 그런 뒤 발언의 상당 부분을 DJ 때의 벤처기업 진흥정책과 자신의 정책을 직접 비교하는 데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제2벤처붐은 규모와 질 양면에서 모두 첫번째 벤처붐보다 성숙하고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벤처기업 수가 3만 8000개로 늘어나 당시의 4배가 넘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해 20년 전보다 2배 넘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벤처기업을 방문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벤처기업을 방문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

문 대통령은 또 “상생의 벤처생태계가 자리 잡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견고하게 구축된 것도 (DJ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제1벤처붐과 다른 ‘준비된 벤처붐’으로 우리 벤처기업들은 더 높이 도약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도전하는만큼 진보하고, 혁신하는 만큼 도약할 수 있다. ‘추격의 시대’에 쌓은 자신감은 간직하면서 ‘추월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공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추격의 시대'로 규정한 ‘DJ의 치적’을 뛰어넘는 자신의 ‘준비된 벤처붐’이 가능했던 원인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유일한 신생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키고, 모태펀드에 4조 8000억원을 출자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으며, 정책금융 연대보증 폐지, 규제 샌드박스 등 제도를 혁신했다”는 자신의 벤처 지원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위 내에 벤처기업 출신 4곳의 진입, 코스닥 상위 20개 기업 중 벤처기업이 13곳이 포함된 점,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 숫자가 2017년 3개에서 현재 15개로 늘고,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 기업이 357개가 됐다는 점 등을 정책이 성공한 근거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를 ‘K유니콘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지난 12일 코로나 백신 수급 파동 속에 열렸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 때와 똑같은 패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화상 참여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벤처기업 대표들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화상 참여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벤처기업 대표들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에서 향후 벤처기업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그는 “혁신적인 기술창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며 “연간 23만개 수준의 기술창업을 2024년까지 30만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지원에 대해서도 “초기 창업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신규로 조성하겠다”며 “민관 합작 벤처 펀드의 경우 손실은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이익은 민간에 우선 배분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M&A(인수ㆍ합병) 활성화를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전용펀드 신설과 스톡옵션의 세금 부담 경감도 약속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 고용은 4대 대기업 그룹의 고용규모를 앞서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벤처기업 고용 증가는 6만 7000명 수준으로, 이중 29세 이하의 청년 비중은 37.5%에 달한다. 청년층은 여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계층이다.

국내 15개 유니콘 기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기벤처기업부]

국내 15개 유니콘 기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기벤처기업부]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벤처기업 지원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2024년을 사실상의 단기 성과 목표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2024년은 내년 5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이미 임기 중반기를 넘어서는 집권 3년차가 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 이러한 '시간표'를 담은 이날 행사의 부제는 ‘우리는 다 계획이 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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