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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약 먹통 사태 해결하라"…IT 특수기동대 뜨자 '초록불'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LG CNS 아키텍처최적화팀이 개선 작업에 참여한 백신 예약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권문수 S/W아키텍처1팀 위원, 박용운 아키텍처최적화팀장, 김선정 아키텍처담당 상무, 심현태 아키텍처최적화팀 총괄, 유준석 아키텍처최적화팀 책임. [사진 LG CNS]

지난 23일 LG CNS 아키텍처최적화팀이 개선 작업에 참여한 백신 예약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권문수 S/W아키텍처1팀 위원, 박용운 아키텍처최적화팀장, 김선정 아키텍처담당 상무, 심현태 아키텍처최적화팀 총괄, 유준석 아키텍처최적화팀 책임. [사진 LG CNS]

26일 18~49세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지난 9일부터 25일까지 예약한 1014만여명은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 주사를 맞는다. 지난달 심각한 먹통 사태로 난항을 겪은 50대 대상 사전 예약과 달리 이번 40대 이하 예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다.

LG CNS 아키텍처 최적화팀 인터뷰 #백신 예약 처리 시스템 개선 긴급 투입 #40대 이하 백신 예약 순조롭게 진행

참여 기업 중 LG CNS 아키텍처 최적화팀(이하 최적화팀)은 지난해 EBS 온라인 수업 장애 해결에 이어 이번 백신 예약 사태에도 투입돼 더 주목받았다.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CNS 본사에서 김선정 아키텍처담당(상무), 박용운 아키텍처 최적화팀장 이하 팀원들을 만났다.

컴퓨터 시스템 분야의 아키텍처 업무를 건축에 빗대면 설계 도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키텍트, 그 산출물이 아키텍처다. 아키텍처 최적화는 설계 도면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역할이다. 김선정 상무는 “건물 입구가 좁으면 넓혀주고 화장실이 적으면 더 만드는 식으로 목적에 딱 맞게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 최적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노 튜닝과 비슷하다.

평균 경력 15년 이상의 전문가 중 전문가

김선정 LG CNS 아키텍처담당 상무가 아키텍처최적화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LG CNS]

김선정 LG CNS 아키텍처담당 상무가 아키텍처최적화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LG CNS]

LG CNS 최적화팀은 20명으로 구성됐다. 전체 아키텍처 부서 400명에서 선발된 정예 인원이다. 중대 사건 때마다 출동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스와트(SWAT·특수기동대)와 같다. 박용운 팀장은 “팀원 평균 경력이 15년 이상으로 각자 경험치가 높은 데다 분야별 전문 인력이 모여 있어 상황을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LG CNS가 본격적으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시작한 20여 년 전 프로젝트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예부대인 최적화팀을 처음으로 꾸렸다. IT 서비스 업계에서 최적화팀을 따로 둔 것은 LG CNS가 유일하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이번 백신 예약 개선 작업에서 최적화팀은 예약 처리 시스템 분야를 맡았다. 주요 데이터를 찾아내는 시스템 언어의 과부하 등 문제 원인을 찾고, 접종기관 조회 기능 등을 최적화해 성능을 최대 30배 개선했다. 최적화 결과 예약 처리량이 분당 3600명에서 1만6800명으로 늘었고, 시스템 사용량은 100% 초과에서 20% 미만으로, 응답 속도는 2.58초에서 0.004초로 줄었다.

이후 모든 예약에서 초록색 신호등(원활)이 켜졌다. 김 상무는 “100쪽짜리 책에서 ‘질병’이라는 단어를 찾을 때 1쪽부터 100쪽까지 넘겨보려면 몇 시간 걸리지만 색인을 보면 1초도 안 걸린다”며 “최적화팀은 그 색인을 만들고, 프로그램이 색인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명감으로 제주도 휴가 반납하고 오송행

지난 9일 오후 8시 만18~49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일 오후 8시 만18~49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12일 55~59세 백신 예약 첫날 먹통이 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55~59세 백신 예약 첫날 먹통이 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연합뉴스]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박용운 팀장이 질병관리청의 지원 요청 연락을 받은 것이 지난달 21일이다. 박 팀장은 곧바로 서울로 돌아와 팀원들과 질병청이 있는 오송행 고속철도(KTX)를 탔다.

작업에 투입된 김선정 상무, 박 팀장과 팀원 6명은 5일가량 집중적으로 문제 진단과 개선에 매달렸다. 같은 달 28일부터 대입 수험생 등 약 15만 명의 예약이 예정돼 있어 끼니를 거르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이들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적화팀은 연간 120건 정도의 최적화 작업을 한다. 문제 발생 시 해결사 역할이라 대부분 이번 건처럼 급박하게 투입된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경력 25년의 권문수 SW아키텍처1팀 위원은 “1년이면 수십 개 시스템을 볼 수 있어 다른 부서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데다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엔도르핀이 돈다고 할 만큼 성취감이 크다”고 웃었다.

“대국민 IT 서비스 체계 갖춰야”

이번 백신 예약 시스템 개선 작업에는 LG CNS 외에도 베스핀글로벌,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등의 기업이 참여했다. 김선정 상무는 지난달 먹통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관해 “한꺼번에 몇백만 명이 몰리는 대규모 서비스를 경험해본 적 없어 일어난 일”이라며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국민 IT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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