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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살해’ 20대女 투신한 울산 모텔 주인 “못 말려 후회”

중앙일보

입력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최근 울산에서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모텔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모텔 주인이 심경을 밝혔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제목 ‘얼마 전 사고가 일어난 모텔 주인입니다’라는 글이 익명으로 게재됐다. 자신을 해당 모텔 주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먼저 삼가 고인이 되신 두 분의 명복을 빈다”라며 “누구보다 고통스러울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저희 가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 마음이 무겁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 힘든 걸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던 와중에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라며 “아무래도 동네 위주로 하는 장사다 보니 안 좋은 소문이 돌아 매출이 반의반 토막이 나 버렸다. 원망할 사람도 없고 텅 빈 객실들을 보니 착잡하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인이 안절부절못하며 들어왔을 때 도움이 필요하냐고 까지 물어봤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말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글쓴이는 “사고 현장을 발견하자마자 119에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을 하면서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했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었나 보다”라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 혐오성 발언을 하며 다투는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 댓글들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진다”라며 “고인의 마지막을 직접 겪은 저로서는 죽음 앞에 젠더 갈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사건 발생 이후 며칠 동안 저희 가게 주차장과 사고현장을 기웃거리면서 웃고 떠들며 고인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심지어 손님인 척 들어와 여기가 거기냐고 묻고 낄낄대며 그냥 나가버리는 등 도저히 제 이성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저와 욕을 섞어가며 언쟁을 벌인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겠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하나도 겁나지도 않고 미안하지도 않다”라며 “이 사건을 그저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여기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글쓴이는 “2015년에 문을 연 뒤로 열심히 일궈온 가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저희 모텔과 관련된 나쁜 시선이나 선입견은 거두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인이 떠난 자리에 막걸리 한 통 부어주고 저도 술 한 잔 마신 상태라 글이 늘어졌다”라며 “뜬 눈으로 며칠을 보냈는데 푹 쉬고 기운 차려서 다시 하나둘 쌓아 올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이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오후 9시께 울산대학교 앞에서 여성 A씨가 B씨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 B씨는 출동한 경찰에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이튿날 사망했다.

A씨는 10여 분 뒤 사건 현장에서 300m 거리에 있는 한 모텔 건물에서 투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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